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은 의사·의대생의 신상 정보가 담긴 블랙리스트 ‘감사한 의사’를 유포한 사직 전공의 정 모씨가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경찰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2024.9.20/뉴스1
집단 행동에 참여하지 않은 복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명단을 공개하고 비난한 ‘의료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가담한 32명 중 30명이 현직 의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2명은 의대생이었다.
22일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2월 전공의 집단 행동 후 이달 19일까지 의료계 블랙리스트 사태와 관련해 45명을 조사하고 32명을 송치했다. 송치된 인원 중 30명은 의사, 2명은 의대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들에게 명예훼손, 모욕,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했다.
의료계 블랙리스트는 지난 3월 처음 등장했다. 메디스태프에 의료 현장을 떠나지 않은 전공의 신상이 ‘참의사 리스트’라는 제목으로 공개됐다. 이후 ‘복귀 의사 리스트’ ‘감사한 의사’ 명단 등일 추가로 유포됐다.
조 의원은 “환자들을 위해 묵묵히 헌신하는 의료진을 위협하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며 “의료 현장의 갈등이 증폭되지 않도록 의료진을 보호하는 한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의료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헌신하는 의사들을 조롱하고 협박하는 것에 대해 참 안타깝다”고 밝힌 바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선의로 복귀한 의료진이 일을 못 하게 하는 의도가 불순한 것으로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국민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가므로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블랙리스트 작성 혐의로) 구속된 전공의와 리스트에 올라 피해를 입은 분들 모두가 정부가 만든 피해자”라며 “정부가 의사들 사이를 다 결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의사회도 성명에서 “(블랙리스트 유포는) 정부의 초법적 조치에 대한 저항 수단”이라고 규정하고 “앞에서는 대화를 청하면서 뒤로는 검경을 통해 겁박하는 것이 현 정부의 행태”라고 했다.
이예지 동아닷컴 기자 lee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