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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자동조정장치, 젊은층에 혜택 알려야[기고/윤석명]

입력 | 2024-09-22 22:48:00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


5월 타결 직전까지 갔던 국회 연금특위의 제도 개편안은 개혁안으로 보기 어렵다. 시간이 지날수록 미래 세대에 전가하는 부담 규모가 커지기 때문이다. 21대 국회 논의와 이번 정부 연금개혁안이 다르다고 평가하는 이유는 연금 정책의 우선순위 차이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책 브리핑에서 언급한 연금 정책 목표는 지속 가능성, 세대 간 공정성, 노후 소득 보장의 순이었다. 노후 소득 보장을 최우선으로 삼았던 21대 국회 연금 논의와 결이 다르다.

2023년 인구추계를 반영한 국민연금 재정추계에 따르면, 소득대체율 40% 연금안이 후세대에 부담을 전가하지 않으려면 보험료 19.7%를 걷어야 한다. 보건복지부가 김진표 전 국회의장에게 보고한 국민연금 미적립부채 1700조 원을 더 늘리지 않기 위해서는 19.7%를 걷어야 한다는 뜻이다. 미적립부채란 지급하기로 약속한 연금액 대비 부족한 액수다.

연금제도의 수지 균형, 즉 받는 돈과 내는 돈의 균형이 이루어졌을 때, ‘보험료 1%포인트는 소득대체율 2%포인트에 상응한다는 등가성’이 적용된다. 소득대체율 40%에서는 보험료 19.7%가 수지 균형이며, 소득대체율을 4%포인트 더 올리려면 2%포인트 보험료를 더 올린 21.7%가 되어야 수지 균형이 된다. 미적립부채 1700조 원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을 조건이다.

5월 타결 직전까지 갔던 ‘소득대체율 44%-보험료 13%’ 안은 수지 균형 보험료 대비 8.7%포인트가 부족하다. 매년 걷는 국민연금 보험료 총액(약 58조4000억 원) 정도의 빚을 후세대에 떠넘긴다는 의미다. 실상이 이러함에도 기금 소진 시점 몇 년 연장을 들어 재정 안정 방안이라 호도했다. 복잡한 연금 개념을 악용해 국민을 기망한 대표적 사례다.

‘소득대체율 42%-보험료 13%’ 정부안도 수지 균형 보험료에는 7.7%포인트 부족하다. 이를 해결하고자 제안한 것이 자동조정장치다. 평균수명 증가, 출생률 감소와 같은 환경 변화를 연금 운영에 연동시키는 방식이다. 문제는 ‘자동삭감장치’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사실 자동조정장치의 가장 큰 혜택을 볼 젊은층조차 이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게끔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동조정장치는 ‘자동삭감장치’가 아니라 ‘자동유지장치’ 또는 ‘자동인상장치’가 될 수도 있다. 현재 59세인 의무납입연령을 64세로 연장하면 소득대체율이 13% 늘어날 수 있어서다.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퇴직 후 재고용 제도’를 도입하면 청년층 신규 고용과 고령층 계속 고용이 동시에 가능해진다. 5년 추가 근로소득과 국민연금 추가 가입을 통해 노후 소득이 획기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70%가 도입한 자동조정장치를, 우리는 수지 균형 괴리가 큰 점을 들어 시기상조라고 비판만 한다. 지난 26년 동안 보험료를 1%포인트도 올리지 못해 연금개혁 골든타임을 놓쳐버린 우리에게 얼마나 시간을 더 주면 시기상조가 해결될까. 2007년 노무현 정부의 개혁안인 ‘2018년까지 12.9%로 보험료를 올리자’는 안을 반대했던 논리의 기시감이 느껴진다. 자동조정장치는 이미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친 우리가 공멸하지 않을 최소한의 제도라는 점을 잘 설명해야만 하는 이유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