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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명의 마라톤 축제… “청명한 날, 신명나게 달렸다”

입력 | 2024-09-23 03:00:00

[2024 공주백제마라톤]
출발기온 20도 선선한 날씨 만끽… 작년보다 참가자 2000명 늘어
“하늘 예뻐” 기념사진 찍으며 즐겨… 암수술 박현준씨 풀코스 남자 1위
“규칙적 생활하며 운동… 몸 좋아져”
노은희씨, 6년만에 女풀코스 우승



2024 공주백제마라톤 참가자들이 22일 충남 공주시민운동장 앞 도로에서 출발하고 있다. 전날 비가 내려 무더위가 한풀 꺾인 가운데 1만200여 명이 가을철 마라톤 축제를 즐겼다. 공주=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2024 공주백제마라톤이 22일 충남 공주시민운동장 앞을 출발해 백제큰길 일대를 돌아오는 코스에서 열렸다.

긴 무더위가 가신 ‘백제의 고도’는 마라톤 축제의 장이었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추분(秋分)인 이날 대회 출발 시간인 오전 9시를 앞두고 기온은 섭씨 20도 남짓으로 선선했다. 전날 저녁까지 비가 내린 뒤 환하게 열린 청명한 하늘을 보며 참가자들은 “날씨가 너무 좋다” “하늘이 예쁘다”며 휴대전화 카메라로 서로를 찍어주기에 바빴다.

공주시와 동아일보, 스포츠동아가 공동 주최하는 공주백제마라톤은 2003년 초대 대회 개최 이후 중부권을 대표하는 마스터스 대회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대회에는 42.195km 풀코스를 비롯해 △32.195km △하프코스(21.0975km) △10km △5km 등 5개 부문에 1만200여 명이 참가했다. 지난해보다 참가자가 2000명가량 늘었다.

2024 공주백제마라톤 풀코스 남자부에서 우승한 박현준 씨. 2년 전 대장암 수술을 받은 박 씨는 대회 첫 정상에 올랐다. 공주=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풀코스 남자부에서는 2년 전 대장암 수술을 받은 박현준 씨(40)가 2시간28분37초로 우승해 주목 받았다. 육상 장거리 엘리트 선수였던 박 씨는 2007년 11월 선수 시절 뛴 마지막 풀코스 기록 2시간27분30초에 단 1분7초 뒤진 좋은 기록을 세웠다. 엘리트 선수는 은퇴 후 2년이 지나면 마스터스로 참가할 수 있다. 박 씨는 “2007년을 끝으로 운동이 힘들어 그만뒀다가 2019년쯤부터 다시 뛰었다. 아프기 전에는 풀코스에서 1등을 못 해 봤는데 2022년 수술을 받은 뒤 큰 대회 풀코스에서 1등을 세 번 했다”며 웃었다. 그는 “인스턴트 음식을 먹지 않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니 오히려 몸이 더 좋아진 것 같다. 한때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기에 이제는 뭐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꼭 해야지’보다는 ‘하다 보면 되겠지’ 하며 즐겁게 달리니 오히려 기록이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박 씨는 6개월마다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있는데 장 기능이 조금 떨어진 것 말고는 체력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했다.

2024 공주백제마라톤 풀코스 여자부에서 우승한 노은희 씨. 2018년 이 대회 여자부 풀코스 챔피언 노 씨는 6년 만에 정상에 복귀했다. 공주=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풀코스 여자부에서는 2018년도 우승자 노은희 씨(50)가 3시간14분38초로 우승했다. 노 씨는 “올해 나이가 50대에 접어들었다. 동아마라톤 올해의 선수상 50대 부문 우수상을 받으려 노력하고 있다.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 공주백제마라톤, 경주국제마라톤까지 모두 뛰어 ‘런저니’ 메달도 받고 올해의 선수상에도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7년 ‘풀뿌리 마라톤’ 발전을 위해 만들어진 동아마라톤 올해의 선수상은 3월 서울마라톤에 참가하고, 가을 동아일보 주최 대회(공주, 경주국제)에도 참가한 남녀 마스터스 선수 중에서 연령대별 우수 선수를 선발한 뒤 최우수선수(MVP)를 뽑는다.

지난해 동아마라톤 여자부 30대 우수선수로 선정됐던 김하나 씨(37)는 32.195km 여자부에서 2시간15분14초로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이 대회 풀코스에서 정상에 섰던 김 씨는 이번 32.195km 우승을 발판으로 “(다음 달) 경주국제마라톤에서 2시간55분대 기록으로 3연패에 도전할 것”이라고 했다. 남자부 32.195km에서는 이건희 씨(37)가 1시간59분23초로 우승했다.

5km 부문에서는 두 돌이 안 된 아이부터 최고령 강신관 씨(85)까지 남녀노소가 참가해 달리기 축제를 즐겼다. 강 씨는 “매주 토요일 아침마다 성당 마라톤 팀과 함께 달리며 1년에 3∼4번 대회에 출전한다. 오늘 선선한 날씨에 금강변을 달려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이날 대회장에는 최원철 공주시장과 임달희 공주시의회 의장, 배건주 공주시체육회 회장 등이 참석해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최 시장은 5km, 임 의장은 10km 부문에 참가했다.







공주=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