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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특권 폐지 꿈 못이루고… ‘영원한 재야’ 장기표 별세

입력 | 2024-09-23 03:00:00

전태일 열사 분신계기 민주화운동
7차례 국회의원 출마 모두 낙선
최근까지 의원특권 폐지 운동 매진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의 빈소. 뉴시스


‘영원한 재야’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이 22일 오전 별세했다. 향년 79세.

장 원장은 올해 7월 “할 만큼 했다. 미련 없다”며 담낭암 말기 진단을 알렸다. 지난달 병세가 악화해 경기 고양시 국립암센터에 입원했다가 세상을 떠났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장 선생은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으로 우리 시대를 지키신 진정한 귀감이었다. 장 선생의 뜻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고 밝혔다.

1945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난 장 원장은 1966년 서울대 법학과에 입학한 후 전태일 열사의 분신 사건을 계기로 민주화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는 서울대생 내란음모 사건과 민청학련 사건 등으로 수감과 수배 생활을 반복했지만 다른 ‘운동권 출신’들과 다르게 민주화운동 보상금은 수령하지 않았다.

장 원장은 재야운동의 한계를 느끼고 1990년 이재오 전 의원,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함께 민중당을 창당하며 진보정당 운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1992년 14대 총선을 시작으로 21대에는 보수정당인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후보로 나서는 등 총 7차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지만 모두 낙선해 제도권 정치에 입문하지 못했다.

장 원장은 신문명정책연구원을 만들어 최근까지 국회의원 특권 폐지 운동에 매진해왔다. 그는 이달 초 병문안을 온 54년 지기 김 장관에게 “너부터라도 특권 좀 내려놓으면 안 되겠나”라고 말하며 생의 마지막까지 ‘국회의원 특권 폐지’의 소임을 다하지 못한 것을 마음에 담아두었다고 한다. 그는 김 장관에게 “할 일이 아직 태산인데, 몸이 안 따라준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이날 빈소에 정부가 고인에게 민주주의 발전 공로로 추서한 국민훈장 모란장이 놓여 있다. 뉴스1

그는 남이 달아주는 ‘배지’는 거절했다고 한다. 김 장관은 동아일보와 만나 “내가 공천관리위원장 겸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았던 17대 때 ‘비례대표, 지역구 중 원하는 것이 있으면 어디든 말해달라’고 했는데 극구 거절했다”며 “장기표는 평생 특권과는 거리가 멀었던 사람”이라고 회상했다. 김 장관은 이날 “고인은 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며 장 원장에게 국민훈장 모란장을 전달했다. 유족은 고인의 뜻에 맞지 않다며 처음에는 훈장을 사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등 정치인들이 보낸 화환과 조기가 자리했다. 유족은 부인 조무하 씨와 딸 하원·보원 씨가 있다. 장례는 고인 빈소에서 26일까지 5일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사회장으로 치러진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