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팀 버턴 열풍 부른 영화… 국내선 21일 하루 관람 951명 그쳐 ‘트위스터스’도 기대 못 미친 고전… 젊은층 ‘이름값’ 대신 취향 뚜렷 한국 콘텐츠 대폭 늘어난 것도 영향
영화 ‘비틀쥬스 비틀쥬스’의 한 장면.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11만 명.
이달 초 개봉한 미국 거장 영화감독 팀 버턴의 영화 ‘비틀쥬스 비틀쥬스’를 21일까지 영화관에서 본 국내 관객 수다. 이 영화는 국내 개봉 첫날인 4일 2만1784명이 관람하며 준수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점차 관객 수가 줄어들어 21일엔 951명만이 관람했다. 예매 순위가 CGV에선 33위, 롯데시네마에선 48위로 밀려났다.
이는 개봉 직후 폭발적 반응을 얻은 해외 상황과 대조적이다. 이 영화는 전 세계적으로 2억7400만 달러(약 3649억 원)의 수익을 올리며 다시 팀 버턴 열풍을 불러일으켰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한 영화제작사 대표는 “팀 버턴이 2022년 내놓은 넷플릭스 시리즈 ‘웬즈데이’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 83개국에서 TV 시리즈 부문 1위를 달성했지만 한국에선 1위를 못 했다”며 “팀 버턴 효과가 국내에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극장 모두 통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영화계에선 국내 젊은 관객들이 ‘이름값’에 휩쓸리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극장의 주 관객층인 20, 30대가 유명 감독의 영화나 시리즈를 무작정 찾아보기보단 자신의 취향인지 꼼꼼히 고민한 뒤 영화를 본다는 것이다. 서지명 CGV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지난해 7월 여성주의를 담은 영화 ‘바비’가 북미 지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세계적으로 14억4600만 달러(약 1조9250억 원)를 벌어들였지만 국내에선 ‘정서에 맞지 않다’는 평가를 받으며 58만 명만 관람했다”며 “요즘 젊은 관객은 취향이 맞지 않으면 해외 유행에 따르지 않는다”고 했다.
최근 한국 콘텐츠의 양이 압도적으로 늘어난 덕에 외국 작품들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는 평가도 있다. 웬만한 외국 영화는 개봉 후 시간이 흐른 뒤 OTT에서 보는 풍토도 외화 고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아무리 유명한 외국 영화라도 초반에 흥행 열풍이 불거나 입소문을 타지 않으면 대중이 극장을 찾게 하는 일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