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완’시대, 숲이 경쟁력이다] 실내 숲 ‘사운즈 포레스트’ 방문객 수요 따라 식물 구성 가능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현대서울 5층에 있는 ‘사운즈 포레스트’는 탁 트인 공간과 녹지를 만끽할 수 있는 실내 숲이다. 현대백화점그룹 제공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정모 씨(34)는 주말이면 인근 백화점으로 ‘숲캉스’를 간다. 여의도 더현대서울 5층의 실내 숲 ‘사운즈 포레스트’가 목적지다. 정 씨는 “산이나 바다에서 자연 휴양을 하는 걸 좋아하지만 자주 갈 순 없지 않나”며 “집 가까이 숲이 있으니 특별한 볼일이 없어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들러 쉬다가 온다”고 말했다.
숲과 자연에 대한 도시민들의 갈증을 반영하듯 ‘도심 속 숲’에 대한 관심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2021년 2월 문을 연 더현대서울의 실내정원 사운즈 포레스트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타깃의 트렌디한 쇼핑공간으로 자리매김한 더현대서울이 가장 공을 들인 ‘킬링 포인트’이기도 하다. 약 3300㎡(약 1000평) 규모로 조성된 이 도심 숲에는 킹벤자민, 후피향나무 등 30여 종의 나무와 꽃이 식재돼 있다. 별도의 조경사 5명이 근무하면서 이들을 살핀다.
해외 유통 기업들의 경우 일찌감치 쇼핑 공간 내 식물을 적극 활용해왔다. 프랑스 파리의 대표적인 백화점 ‘봉 마르셰’는 2019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수십 종의 침엽수를 매장에 배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운즈 포레스트를 조성한 김도윤 현대백화점 디자인LAB장은 “폐쇄적인 백화점은 전 세계에서 한국과 일본뿐”이라며 “개방적인 분위기와 편안한 공간 조성을 위해 (사운즈 포레스트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더현대서울을 찾은 고객이 사운즈 포레스트에 머문 평균 시간은 약 37분이다. 패션 브랜드의 평균 체류 시간(4분)보다 9배 이상 길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단순히 체류 시간만 늘어도 고객들은 더 많은 것을 눈에 담는다”며 “유통업체로서는 고객들에게 휴식 효과를 제공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소비 행위를 유도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