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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내 1000평 인공정원서 숲캉스”… 패션브랜드엔 4분, 숲엔 37분 머물러

입력 | 2024-09-23 03:00:00

[‘그린스완’시대, 숲이 경쟁력이다]
실내 숲 ‘사운즈 포레스트’
방문객 수요 따라 식물 구성 가능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현대서울 5층에 있는 ‘사운즈 포레스트’는 탁 트인 공간과 녹지를 만끽할 수 있는 실내 숲이다. 현대백화점그룹 제공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정모 씨(34)는 주말이면 인근 백화점으로 ‘숲캉스’를 간다. 여의도 더현대서울 5층의 실내 숲 ‘사운즈 포레스트’가 목적지다. 정 씨는 “산이나 바다에서 자연 휴양을 하는 걸 좋아하지만 자주 갈 순 없지 않나”며 “집 가까이 숲이 있으니 특별한 볼일이 없어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들러 쉬다가 온다”고 말했다.

숲과 자연에 대한 도시민들의 갈증을 반영하듯 ‘도심 속 숲’에 대한 관심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2021년 2월 문을 연 더현대서울의 실내정원 사운즈 포레스트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타깃의 트렌디한 쇼핑공간으로 자리매김한 더현대서울이 가장 공을 들인 ‘킬링 포인트’이기도 하다. 약 3300㎡(약 1000평) 규모로 조성된 이 도심 숲에는 킹벤자민, 후피향나무 등 30여 종의 나무와 꽃이 식재돼 있다. 별도의 조경사 5명이 근무하면서 이들을 살핀다.

해외 유통 기업들의 경우 일찌감치 쇼핑 공간 내 식물을 적극 활용해왔다. 프랑스 파리의 대표적인 백화점 ‘봉 마르셰’는 2019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수십 종의 침엽수를 매장에 배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운즈 포레스트를 조성한 김도윤 현대백화점 디자인LAB장은 “폐쇄적인 백화점은 전 세계에서 한국과 일본뿐”이라며 “개방적인 분위기와 편안한 공간 조성을 위해 (사운즈 포레스트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도심 숲은 대개 사람의 손을 거쳐 조성된 인공 숲이다. 바꿔 말하면 방문객들의 수요에 맞춘 구성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사운즈 포레스트는 숲 내부에 상쾌한 공기의 느낌을 담은 ‘베르가모트’, 나뭇잎과 잔디를 연상시키는 ‘프레시 컷 그래스’ 등 다양한 향을 더해 방문객들이 더 안정감을 느끼게 했다.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숲이 줄 수 있는 힐링 효과를 향기를 통해 극대화하는 것이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더현대서울을 찾은 고객이 사운즈 포레스트에 머문 평균 시간은 약 37분이다. 패션 브랜드의 평균 체류 시간(4분)보다 9배 이상 길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단순히 체류 시간만 늘어도 고객들은 더 많은 것을 눈에 담는다”며 “유통업체로서는 고객들에게 휴식 효과를 제공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소비 행위를 유도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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