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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10년전 SMR 규제 손보기 시작… 韓은 규정없어 대형원전 기준 따라야

입력 | 2024-09-23 03:00:00

[글로벌 원전 확대]
美, 주민보호 구역 기준 등 완화
“규정 조기 마련, SMR기업 승승장구”




세계적으로 원자력발전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관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규제 개선 작업에 나서고 있다. 특히 ‘미니 원전’으로 불리며 성장 가능성이 큰 소형모듈원전(SMR) 관련 규제를 푸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한국 원전 업계에서도 대형 원전과 동일한 규제 대신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22일 원전 업계에 따르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지난해 12월 ‘성능 기반 비상 대비 규제 지침’을 마련하면서 SMR 관련 내용을 새롭게 포함했다. 핵심 내용은 SMR의 방사선 비상계획구역(EPZ)의 범위를 좁게 설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EPZ는 원전의 방사선 누출 사고에 대비해 대피소 같은 주민 보호 대책을 마련하도록 설정된 구역이다. EPZ가 넓을수록 관련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미국의 대형 원전 EPZ는 원자로 반경 16km로 설정돼 있다. 그런데 이번 지침을 통해 SMR의 EPZ를 따로 설정할 수 있게 했다. SMR은 대형 원전과 비용이나 경제성 등에서 차이가 있는 만큼, SMR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규정을 완화한 것이다. SMR의 EPZ가 반경 200∼300m까지도 줄어들 수 있게 됐다.

이는 10년 전인 2010년대 중반부터 SMR의 정의나 라이선스 등을 논의하기 시작한 결과다. 국내 원전 관계자는 “원전은 안전성과 직결돼 있어 규제 당국의 안전성 기준 마련이 중요하다”며 “일찍 기준 마련에 나선 미국에서 SMR 기업이 승승장구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은 SMR 관련 제도를 따로 정비하지 않았다. 한국에선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에 따라 대형 원전의 EPZ는 반경 30km로 설정돼 있다. SMR은 규정이 없어 대형 원전의 기준을 따라야 한다. EPZ가 넓으면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 SMR 활성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채영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진흥전략본부장은 “현행 규정대로라면 SMR을 건설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며 “한국도 안전성이 확보된다면 기존 규제를 낮출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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