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루도비코 에이나우디가 2016년 6월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 부근의 빙하 위에 그랜드 피아노를 설치하고 자신의 피아노곡 ‘북극을 위한 비가’를 연주하는모습. 루도비코 에이나우디 유튜브 화면 캡처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위기에 처한 지구를 위해 음악가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연주자들이 전 세계를 다니면서 화석 연료를 쓰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바이올리니스트 파트리치아 코파친스카야는 2018년 ‘변화의 오케스트라’와 함께 기후위기 문제를 담은 콘서트를 열었고 수익금은 환경단체에 기부했다. 그는 대륙 내 이동에서는 가능한 한 비행기를 타지 않고 열차로만 다닐 수 있도록 일정을 짠다.
미국 워싱턴의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미국 산림 보존 단체 ‘아메리칸 포리스트’와 파트너십을 맺고 2020년 화재로 황폐화한 오리건주의 숲 복원 자금을 지원했다. 악단 측은 “숲 복원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나무가 자라면서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를 제거해 투어가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악단은 투어 중 화물량을 20% 줄이고 가능한 경우 기차로 운송하며 음악가들이 재사용 가능한 물병을 사용하도록 권장한다.
벌였다.
유니버설뮤직, 소니뮤직, 워너뮤직 등 음반 업계의 주요 기업들은 2021년 ‘음악 기후 협정’에 서명하고 2년 뒤인 2023년에는 음악산업 기후 단체(MICC·Music Industry Climate Collective)를 공동 설립했다. 참여 기업들은 2030년까지 음반 등 제품 제조, 유통, 라이선스 등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50% 이하로 줄이고 2050년에는 온실가스 배출 0%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우리나라에서 눈에 띄는 움직임은 없을까. 작곡가 이승규는 재활용 쓰레기로 만든 악기로 ‘업사이클 뮤직’이라는 새 장르를 열고 있다. 2022년 그는 버려진 농약 분무기로 만든 ‘유니크 첼로’와 레고 블록으로 만든 바이올린 등 업사이클(재생) 현악기를 공개했다. 그는 재두루미, 쇠똥구리, 북극곰 등 멸종위기 동물을 표현한 ‘잃어버린 동물의 사육제’를 작곡했으며 첼리스트 4명으로 모인 ‘유니크 첼로 콰르텟’을 구성해 업사이클 악기로 전국에서 공연하고 있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음악으로 경고하는 것은 이미 낯익은 일이다. ‘사계 2050’은 디지털 마케팅 회사 아카(AKQA)가 2021년 시작한 글로벌 프로젝트다. 세계 지역별 기후
변화 데이터를 비발디의 ‘사계’ 원곡에 적용해 인공지능(AI)이 편곡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발했으며 우리나라의 서울 대전을 비롯해 6개 대륙 14개 도시에서 공연됐다.
존 루서 애덤스의 관현악곡 ‘비컴 오션(Become Ocean·2013년)’과 키런 브런트의 ‘떠오르는 바다 교향곡’(2020년)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을 경고한 작품들이다. 첼리스트 겸 작곡가 대니얼 크로퍼드는 2013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지구 표면 온도 데이터를 첼로의 세 옥타브 음역에 적용했다. 각각의 음표는 1880년부터 2012년까지의 연도를 나타내고, 기온이 0.03도 오를수록 반음이 높아진다. 이렇게 만든 악보는 첼로곡 ‘온난화하는 행성의 노래’가 됐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