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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태풍 상륙 없는 한반도…기상청 “안심할 단계 아냐”

입력 | 2024-09-23 15:31:00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절기 추분인 22일 서울 종로구 무무대전망대를 찾은 시민들이 파란하늘을 배경을 사진을 찍고 있다. 2024.09.22. [서울=뉴시스]

10월이 코 앞이지만 올해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은 없었다. 지난 주말 남부 지방을 할퀸 거센 비바람도 제14호 태풍 ‘풀라산’이 약화된 열대저압부가 원인이었다. 최근 30년(1991년~2020년ּ평년) 동안 10월에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이 0.1개인 것을 감안하면 2017년 이후 7년 만에 태풍 상륙 없는 해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7년 만에 한반도 상륙한 태풍 ‘全無’

23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를 관통한 태풍은 없다. 지난달 태풍 ‘종다리’와 태풍 ‘산산’이 일부 영향을 주긴 했지만 내륙에 상륙해 더 큰 피해를 주는 최악의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태풍이 상륙하지 않은 것은 2017년 이후 7년 만이다. 우리나라는 2012년 태풍 ‘산바’ 이후 2018년 태풍 ‘솔릭’이 상륙하기 전까지 6년 간 태풍의 영향을 받지 않은 적이 있다.

일반적으로 태풍은 8월과 9월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평년 기준 8월에 평균 5.6개의 태풍이 발생했고 1.2개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쳤다. 9월에는 태풍 5.1개가 발생했고 한국에는 0.8개가 찾아왔다. 기상관측 사상 최악의 태풍으로 알려진 사라(1959년)와 매미(2003년) 모두 9월에 한반도를 찾아왔다.

사라는 한국에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남긴 태풍이다. 총 849명이 사망했고 2500명 이상이 다쳤다. 매미는 중심부 풍속이 초속 60m를 기록하는 등 역대 가장 강력한 가을 태풍으로 기록됐다. 6만 명이 넘는 이재민을 발생시켰고 4조2200여억 원의 재산 피해를 남겼다. 최근엔 2022년 9월 발생한 ‘힌남노’가 남부 지방을 관통하며 12명이 숨졌다.

1951년 이래 한국이 태풍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은 1988년과 2009년 단 두 해뿐이다. 두 해를 제외하면 태풍이 한국에 상륙할 때마다 크고 작은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올해는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가 높아 태풍이 쉽게 발생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 기상청은 “수온이 높아지면 태풍이 강한 세력을 유지하며 북상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된다”고 설명했다.



● 기상청 “안심할 단계 아니다”

올해 태풍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은 역대급 폭염과 열대야를 발생시키며 각종 무더위 기록을 갈아치우게 만든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의 역할이 컸기 때문이다. 두 거대 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에 ‘이중 열 커튼’을 친 채 굳건히 버티며 태풍의 북상을 막았다. 그나마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제9호 태풍 ‘종다리’도 두 고기압에 밀려 발생한 지 채 48시간이 지나지 않아 충남 서산 남서쪽 150㎞ 부근에서 소멸됐다.

이 밖에 제5호 태풍 ‘마리아’, 6호 태풍 ‘손띤’, 7호 태풍 ‘암필’, 8호 태풍 ‘우쿵’, 10호 태풍 ‘산산’은 일본 쪽으로 향했고, 중국에 많은 피해를 준 제11호 태풍 ‘야기’ 등도 중국 또는 베트남에 상륙했다. 모두 이중 열 커튼을 뚫지 못하고 한반도 남쪽에서 이동한 결과다.

다만 기상청은 여전히 태풍 발생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019년에도 10월에 태풍 ‘미탁’이 한반도에 상륙해 14명이 사망하는 등 큰 피해를 남긴 탓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여전히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가 높은 상태인데다 태풍의 북상을 막았던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약화된 상태라 태풍 상륙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