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상하이와 충칭, 저장성, 광둥성 등 주요 지역에서 외사 업무를 담당하는 외사판공실 당국자들이 23일 방한했다. 중국 측이 정한 이번 방한 대상 명단은 모두 경제 규모 상위 20대에 포함되는 주요 도시의 당국자들로 꾸려졌다. 상하이와 충칭, 광둥성의 수장인 당서기는 중국 정부를 이끌어가는 지도부인 중앙정치국의 일원이다.
이번 방한이 경색된 한중 관계를 복원하는 과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중 관계는 앞서 올 5월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고위급부터 지방정부 차원까지 교류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러한 흐름은 최근 이상 기류가 감지된 북-중 관계와는 대조적이다. 중국은 혈맹인 북한이 지난해부터 러시아와 군사 동맹 수준으로 밀착하자 거리가 멀어진 동향이 지속적으로 포착되고 있다.
● 中, 주요 4개 도시 당국자로 ‘방한 대표단’ 구성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2023.11.28. 서울=뉴시스
특히 이번 방한 대상으로 중국의 주요 도시 관계자들이 포함돼 외교가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중국 경제의 엔진’으로 알려진 광둥성은 중국의 31개성 가운데 가장 인구가 많고 부유한 곳으로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2580조 원 수준으로 중국 전체 GDP의 10%를 웃돈다. 대도시를 뜻하는 ‘1선 도시’로 불리는 상하이는 지난해 1인당 GDP가 2만 7000달러를 넘겼다. 특히 중국 정부를 이끄는 지도부인 중국 공산당 정치국은 상무위원 7명을 포함해 모두 24명으로 구성되는데, 이번 방한 대상인 당국자들이 속한 상하이, 충칭, 광둥성의 당서기는 정치국 위원을 지내고 있다.
● 中 정치국 위원 ‘방한 예고편’ 가능성도
한중 관계 경색과 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됐던 한중 대화는 올 5월 한중일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줄줄이 복원돼왔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정상회의 직전인 올 5월 왕이 중국 외교부장 초청으로 베이징을 방문해 양자 회담을 했고, 올 7월 말에도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가 열린 라오스에서 회담을 가졌다.
이번 외사판공실 관계자들의 방한이 중국 정치국 위원인 상하이와 충칭, 저장성, 광둥성 당서기의 ‘방한 예고편’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외교가에서 나오고 있다. 올 들어 중앙 정부의 대화에 물꼬가 트이면서 지방자치단체의 교류도 이어지는 추세다. 이에 앞서 올 4월 북-중 무역 중심지인 랴오닝성의 당서기가 방한했고, 6월에는 중국 장쑤성 당서기, 7월엔 간쑤성 부서기가 한국을 찾았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