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 서울-지방 양극화 서울 매매가 23개월만에 반등 지방은 32개월 연속 약세 행진 미분양 쌓이고 일부 ‘마피’ 속출
이달 9일 강원 원주시에서 올해 첫 지방 오피스텔 청약이 진행됐다. A오피스텔은 640실에 대해 청약 접수를 했지만 신청자는 단 1명뿐이었다. 가뜩이나 얼어붙은 지방 부동산 시장에서 고급화를 내세운 탓이었다. 이 오피스텔 전용면적 49m² 분양가는 3억∼4억 원대로 인근 아파트 푸른숨휴브레스(1110채) 전용 84m²의 호가인 3억 원보다도 높았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지방 아파트 시장도 살아나지 않았는데 오피스텔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며 “미분양을 털어내려면 할인 분양까지 진행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오피스텔 시장에서도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달 서울 오피스텔 매매가격은 하락세를 멈추고 1년 11개월 만에 반등했다. 반면 지방 오피스텔 가격은 2년 8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 오피스텔도 서울-지방 양극화 본격화
권역별로 영등포·양천·동작·강서구 등이 있는 서남권(0.09%), 마포·서대문·은평구 등 서북권(0.06%)의 매매가격이 전달 대비 상승했다. 서울 오피스텔 시장의 반등 조짐은 분양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2월 서울 동대문구 이문아이파크자이 584실 모집에 1237명이 몰렸다.
하지만 지방 오피스텔은 정반대다. 지난달 매매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28% 하락해 2021년 1월부터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광주와 대구가 각각 0.39%, 0.60% 하락하는 등 대부분 지역에서 전달보다 하락 폭이 확대돼 시장이 더욱 침체되는 모양새다.
● 지방서 쌓이는 ‘마피’ 매물… 공급도 절벽
지방에서는 최초 분양 가격보다 가격이 떨어진 이른바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과 미분양이 쌓이고 있다. 부산 서면 롯데캐슬 엘루체 오피스텔 전용 29㎡는 이날 현재 1억8120만 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분양가보다 1500만 원 내린 가격이다. 2020년 7월 청약 당시 평균 경쟁률 94 대 1을 나타냈지만 지방 부동산 침체를 피하지 못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집값 급등기 때는 대출을 끼고 투자하려는 수요가 많았지만 지금은 얼어붙었다”며 “고금리를 버티지 못한 마피 매물이 늘어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서울과 수도권 외곽, 지방 간 오피스텔 가격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서울 오피스텔 시장도 마피 매물이 여전하고 금리가 높아 상승과 하락을 반복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함영진 우리은행 리서치랩장은 “서울의 경우 집값 상승의 풍선효과로 오피스텔 수요가 소폭 오른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아직 거래량이 많지 않아 향후 상승세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했다. 함 리서치랩장은 “오피스텔 수요층이 주로 1, 2인 청년 가구인 점을 고려하면 청년층의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지방 수요가 쉽게 살아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