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과 경영권 다툼 심화하자
사업장 소재 울산서 힘 보태
지역 정치권부터 시민단체까지
‘1인 1주식 갖기 운동’ 동참

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에서 울산 지역사회가 고려아연 지지에 나섰다. 울산예술인총연합회와 문화원연합회는 23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외 자본을 등에 업고 국내 제조업과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세력에 우리 토종기업 고려아연이 약탈당하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면서 “고려아연 1인 1주식 갖기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울산시 제공
75년간 동업을 이어온 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권 분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고려아연 사업장이 있는 울산 지역에선 고려아연에 힘을 보태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를 적대적·약탈적 인수합병(M&A)으로 규정하고 ‘고려아연 1인 1주식 갖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김 시장이 주도하는 운동에 문화예술계와 사회복지계, 지역 건설업계까지 나서며 범시민 운동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울산예술인총연합회와 문화원연합회는 23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외 자본을 등에 업고 국내 제조업과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세력에 우리 토종기업 고려아연이 약탈당하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면서 “자랑스러운 120만 울산시민의 저력을 고려아연 주식 갖기 운동으로 보여주자”고 밝혔다.
이어 지역 53개 단체가 뭉친 울산범시민사회단체연합과 울산사회복지협의회·사회복지공동모금회, 재울산연합향우회 등의 단체도 잇달아 기자회견 단상에 올라 고려아연 주식 갖기에 동참한다고 선언했다. 이날 울산상공회의소에서는 울산시건설단체총연합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고려아연 주식 갖기 운동에 동참하기로 했다.
그러나 당시 일각에선 김 시장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이날 기자회견을 연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다. 양측의 경영권 분쟁 상황을 20여 년 전 ‘SK 사건’과 연결 지으며 이슈화하는 것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넓히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것이다.
울산 지역에선 고려아연을 지지하는 정치권과 상공계의 목소리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울산 울주)과 이순걸 울주군수 등 고려아연의 제철소가 있는 울주군 출신 선출직들은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인수합병 시도를 우려한다고 밝혔다.
서 의원은 “이번 분쟁은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주민을 비롯해 지방자치단체, 소액주주, 관련 업체 관계자와 노동자들까지 울산지역에 미치는 영향과 파급력이 매우 큰 사안”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울산시당과 진보당 울산시당도 19일 입장문 등을 내고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를 비판했다.
울산상공회의소 최고경영자 아카데미 총동문회 등 울산지역 6개 경영인단체 관계자 10여 명은 최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탈취하기 위해 결탁한 영풍과 기업 사냥꾼 MBK파트너스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성토했다.
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