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7월 제릉(齊陵)에 제사하는데 비바람이 치고 길이 좁아서 가마를 타지 못하고 말을 타고 갔다 왔는데 이튿날 임질이 조금 도졌다. 지난 봄 강무(講武)할 때도 전질이 다시 도질까 염려돼 비록 말을 타기는 했지만 내 손으로 고삐를 잡지 않아 몸을 쉬도록 했다. 하지만 이튿날 임질이 도로 도졌다.”
실록에 나타난 세종의 ‘임질’ 기록을 보고 깜짝 놀랐겠지만 그가 말한 임질은 현대의학의 감염성 성병과는 다른 질병이다. 물론 조선시대에도 성병인 임질 환자는 많았다. 동의보감은 임질을 “심신의 기운이 하초에 몰려 오줌길이 꽉 막혀 까무러치거나 찔끔찔끔 그치지 않는 증상”이라고 설명했다.
빈뇨는 스태미나가 약하다는 증거라는 속설은 과연 진실일까. 소변을 자주 보는 증상은 음양의 이치 중 양(陽)의 측면과 관계가 있다. 항온동물인 사람은 어떤 경우에도 인체의 온도를 36.5도로 유지해야 한다. 방광에 고이는 소변은 혈관 밖의 물이다. 물은 온도가 낮다. 소변을 배출하는 것은 몸의 노폐물을 처리하는 것 외에도 인체의 온도를 유지하려는 목적도 있다.
문제는 나이가 들수록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 즉 한의학에서 말하는 양기(陽氣)가 약해진다는 점이다. 소변은 온도가 낮은 물(陰氣)이므로 양기가 부족한 사람은 소변을 자주 배출해야 방광의 온도(陽氣)를 제대로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노화로 소변을 짜내는 힘은 약해져 있으니 결국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짜내는 힘이 약하면 나가던 물이 다시 밀려 들어와 잔뇨감이 생기고 빈뇨 증상이 생긴다.
한의학은 바로 소변을 데우는 힘과 짜내는 힘, 그리고 발기력을 합쳐서 통칭 ‘양기’라고 한다.
즉, 빈뇨나 오줌발이 남성의 양기, 정력과 연관이 깊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 빈뇨가 양기와 관련이 깊다고 본 한의학적 기록은 많다. 조선 임금 중 빈뇨 증상에 시달렸던 경종(1688∼1724)은 실제 36세의 나이로 세상을 뜰 때까지 자식이 없었다. ‘승정원일기’에는 숙종 34년 2월 10일 세자였던 경종의 빈뇨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육미지황환’을 처방한 기록이 보인다.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