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호 사회부 기자
“20여 년 전 우리 때 문제 수준을 생각하고 접근하면 안 된다.”
경북의 한 남자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A 씨는 요즘 청소년 도박의 심각성에 대해 기자에게 토로했다. 20여 년 전에도 도박을 하던 청소년들은 있었다. 당시엔 동전을 이용한 도박인 ‘판치기’ 같은 것들이 교내에서 성행했다. 판돈은 기껏해야 몇 백 원 수준이었다. 당시엔 청소년 도박의 문제점을 거론하는 언론 보도도 드물었다. 청소년 도박을 문제라는 차원으로 한국 사회가 접근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한 사회 인식이 아이들의 변화에 무신경했기 때문일까. 20여 년이 흐른 지금, 교실은 완전히 바뀌었다. 동아일보 ‘온라인 도박, 교문을 넘다’ 기획보도(7월 26일자 A2면 참조)처럼 서울의 한 고교에선 당장 수능을 앞둔 3학년 학생의 10분의 1이 도박으로 적발된 사례도 있다. 이들 중엔 도박 자금으로 3600만 원까지 쓴 학생도 있었다. 등교한 뒤 휴대전화를 학교에 제출하더라도 ‘세컨드폰(두 번째 휴대전화)’으로 쉬는 시간에 도박을 하는 아이들도 흔하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10대 도박 청소년들을 처벌하더라도 도박 확산을 막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소년원 같은 감옥이 교화를 위한 곳이라지만, 그 안에는 무수한 재범자들이 존재한다. 특히나 일선 학교에선 도박하는 학생을 발견하더라도 판돈이 크지 않으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이의 장래 때문이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등 다양한 치료 상담 시스템이 존재하는 까닭이다.
그런데 정작 학교 일선에선 “상담을 받게 하기가 쉽지 않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학생이나 학부모가 치료 상담을 거부할 경우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어느 고교에선 “치료 상담을 받는 곳이 집에서 멀다”는 이유로 학부모가 거부한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한 일선 교사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도박으로 적발되는 경우는 상당수가 다른 아이들에게 돈을 빌렸다가 갚지 못해 다툼이 일어날 때”라고 전했다. 노름빚을 낼 정도로 중독돼야 학교에서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청소년 도박 범정부 대응팀을 출범시키며 이 문제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하지만 당시 발표된 대책엔 상담 의무화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학교 현장의 의견을 조금 더 들어봤으면 어땠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