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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외식업체들 ‘이중가격’ 쉬쉬… 소비자들 속이는 것 아닌가

입력 | 2024-09-23 23:24:00

23일 오후 서울 중구 맥도날드 서울시청점 키오스크(왼쪽)에서 빅맥 세트가 7200원으로 표시되어 있다. 배달 플랫폼인 ‘배달의민족’에서는 같은 메뉴가 8500원에 팔리고 있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대형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중심으로 배달 앱으로 주문할 때의 가격이 매장 판매 가격보다 비싼 ‘이중 가격제’가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주문·결제 과정에서 이를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는 곳이 다수다. 소비자들은 무료 배달인 줄 알고 주문했지만 실제론 배달비를 낸 것과 마찬가지다. 프랜차이즈 업체와 음식점주들은 배달 비용 부담 때문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지만,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침해하는 기만적 조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배달 앱에서 버거 프랜차이즈를 검색하면 배달 메뉴 가격이 매장보다 비싸다는 공지를 찾기 어렵다. 알린다고 해도 버거킹처럼 ‘매장 가격과 상이할 수 있다’고 작은 글씨로 표시한 정도에 그친다.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가 아니면 알아차리기 힘들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서울 시내 34개 음식점을 조사해 보니 20개 음식점이 이중 가격을 운영하고 있었고, 그중 65%인 13곳은 가격이 다르다는 점을 고지하지 않았다. 배달 메뉴 가격이 올라가면서 여러 음식을 한꺼번에 시킬 경우 정액 배달비를 낼 때보다 소비자 부담이 훨씬 커지는 것도 문제다.

이중가격제가 확산하는 데는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올린 배달 플랫폼의 책임도 피할 수 없다. 올해 들어 배달 플랫폼들은 소비자를 위한다며 ‘무료배달’ 서비스를 앞다퉈 도입했지만, 실제론 점주들에게 받는 중개 수수료율을 44%나 올려 부담을 떠넘겼다. 소상공인연합회 등의 조사에 따르면 점주들이 배달 앱 주문으로 100만 원을 벌면 이 중 24만 원은 중개·결제 수수료, 배달료, 광고비 등의 명목으로 플랫폼이 가져간다.

최근 프랜차이즈 업계가 배달 플랫폼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겠다고 나서는 등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배달 서비스가 일상화된 현실에서 배달비는 소비자를 포함해 결국 누군가는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다. 문제는 누가 얼마나 내야 할지, 적정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투명한 논의가 없었다는 점이다. 7월부터 배달 앱 사업자와 자영업자 단체로 구성된 대화 기구가 운영되고 있지만 첨예한 의견 대립으로 공전만 거듭하고 있다. 정부는 자율규제를 내세워 뒷짐만 지지 말고 합리적인 의견 수렴과 중재를 통해 적극적으로 합의를 도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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