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해녀촌은 80세 전후의 노인들이 갯바위에 천막을 치고 해산물을 판매한다. 매일 물질을 하는데 제주도를 떠나서 영도에 정착해 50여 년을 반복해 온 삶이다. 그런데 손님이 해녀촌으로 들어설 때마다 다툼이 생긴다. 과열된 경쟁을 막기 위해 순서대로 돌아가며 손님을 받는 원칙이 있음에도 언쟁은 일상이 되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해녀들 간에 편이 갈리어 대치하고 있었다. 원래 청학팀과 봉래팀은 함께 물질을 했으나, 갈등이 생기는 바람에 해변 양쪽으로 갈라섰다. 양측은 대립하며 오랫동안 왕래하지 않았고, 해묵은 갈등은 해소될 기미가 없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어촌계와 구청에서 파악하고 있었다. 해녀문화전시관을 건립하면서 건물 1층에 해녀가 채취한 해산물을 판매하는 공간을 마련했다. 해녀들 간의 복잡한 갈등을 해소하지 않고, 입점하면 더 큰 문제를 불러올 수 있음을 어촌계와 구청 관계자는 알고 있었다.
운영 규칙을 정하고, 50년 동안 쉼 없이 물질하고 판매하던 관행을 바꿔 휴식을 충분히 취할 수 있는 방향으로 체계를 만들었다. 영도해녀문화전시관 개관(2019년 11월 6일) 후 불과 몇 주 지나지 않아서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다.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서로 간 앙금이 완화됐다. 개관 후 1개월이 지나면서 다른 팀 구성원들과 섞여서 대화를 나누는 화기애애한 장면이 자주 목격됐다. 자연스럽게 양측의 물질하는 바다 경계도 없어졌다. 팀 내 구성원 간의 경쟁이 아닌 협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변경함으로써 개인 간의 불화도 사라졌다. 개인 간 갈등과 집단 간의 대치가 해소됨은 물론이고, 노동 강도가 줄어들어 심리적인 안정을 찾으면서 삶의 질이 개선됐다. 공간의 효율적인 활용과 질서 잡힌 운영체계의 힘을 보여준 사례다.
이번 추석 연휴에 중리 해녀촌을 찾았다. 실내외에는 빈 좌석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인파 속에서 가만히 지켜보다 뒤돌아섰다. 해녀 할머니들의 얼굴과 몸짓에 여유가 넘치고 있었다.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