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곳 공격으로 1600여 명 부상 양측 교전후 레바논 하루 최대 피해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 배제 안해” 美정부, 자국민 레바논 철수 권고
23일 이스라엘군의 대규모 공습을 받은 레바논 남부 나바티예 일대에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내 약 300곳을 타격해 최소 273명이 숨지고 1000명 이사이 다쳤다고 레바논 보건부가 밝혔다. 나바티예=AP 뉴시스
이날 사상자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한 후 레바논에서 발생한 일일 인명 피해 중 최대 규모라는 분석이 나온다. 헤즈볼라는 전쟁 발발 후 줄곧 하마스를 두둔하며 이스라엘과 교전을 벌여 왔다.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총리는 “이스라엘의 목표는 레바논 ‘멸족(extermination)’”이라며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현지 소셜미디어에는 곳곳에서 폭격으로 연기 기둥이 치솟아 파손된 건물, 거리에 널부러진 시신 등의 모습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23일 오전 6시 30분부터 레바논 남부 베까밸리, 중동부 발베크 등을 공습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본토를 겨냥해 대규모 로켓 공격을 가하려는 정황이 포착돼 선제공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레바논 보건부도 성명을 통해 “적(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대규모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했으며 어린이, 여성, 구급대원 등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중동전쟁 발발 후 주로 이스라엘 북부 국경지대에서 교전을 벌였지만 대규모 공습으로 민간인 사망자가 대거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공습 전 레바논 국민들에게 “즉시 목표물에서 떨어져 대피하라”고 알렸다. 이스라엘이 레바논 국민을 대상으로 이런 대피 경고를 내린 것은 처음이라고 알자지라 등이이 전했다.
하가리 대변인은 레바논 전역에 자리 잡고 있는 헤즈볼라의 무기고 등도 추가 공격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이스라엘 지상군을 레바논 영토에 투입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전면전 발생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앞서 17, 18일 이스라엘이 무선호출기(삐삐)와 휴대용 무전기(워키토키) 연쇄 폭발로 헤즈볼라를 공격한 뒤 양측의 교전이 격렬해지면서 ‘지상군 투입’이 가시화하고 있는 것이다.
전면전이 임박했다는 신호가 속속 감지되며 최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레바논에 거주하는 미국인에게 현지를 떠날 것을 권고했다. 지난달 레바논 내 자국민들에게 철수를 권고했던 중국 정부는 이스라엘에 체류 중인 자국민을 향해서도 가급적 빨리 현지에서 벗어날 것을 권고했다.
● 헤즈볼라도 이스라엘 공격 강화
헤즈볼라의 공격 수위 또한 높아지고 있다. 헤즈볼라는 22일 미사일, 무인기(드론), 로켓 등을 통해 텔아비브, 예루살렘에 이은 이스라엘 제3도시 하이파를 공격했다. 그간 헤즈볼라의 공격은 갈릴리와 골란고원 등 국경지대 이스라엘군 시설에 집중됐으나, 점차 북부의 거점도시이며 항구인 하이파까지 확대되면서 이스라엘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 매체 ‘채널12’는 헤즈볼라가 조만간 이스라엘 영토의 더 깊숙한 곳까지 공격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때 약 150만 명의 이스라엘 주민이 헤즈볼라의 공격 사정권에 들어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