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연구팀… “식이섬유 적게 먹고 운동하면 남녀 정신건강 악화 위험 커져” 개인 신체 활동 수준 고려하고, 권장 섭취량 생각해 식단 짜야
식이섬유 섭취량이 적으면 스트레스, 우울 등을 겪을 위험이 커진다는 서울대병원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식이섬유는 건강에 유익한 대표적인 영양소다.
식이섬유는 크게 수용성 식이섬유와 불용성 식이섬유로 나뉜다. 수용성 식이섬유는 물에 잘 녹는 성질이 있고 급격한 포도당 흡수를 막아 혈당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폴리덱스트로스, 펙틴, 구아검, 알긴산 등이 속한다.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고 신진대사를 촉진해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 채소, 과일, 해조류 등에 많이 포함돼 있다.
불용성 식이섬유는 물에 녹지 않는 거친 식감의 식이섬유로 배변량을 늘리고 장 통과 시간을 단축시키는 효과가 있다. 셀룰로스, 리그닌, 키틴 등이 대표적이다. 현미, 보리 등 통곡물과 콩류에 풍부하다.
식이섬유 섭취 부족하면 스트레스·우울 위험 높아져
우울, 불안 등 정신 건강 문제는 심혈관질환, 암, 각종 만성질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지방 함량이 높은 서양식 식단이 우울증 발병 위험을 높이고 지중해식 식단은 불안을 줄이는 등 정신 건강이 개인의 식이 및 영양과도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이 보고되고 있다.
식이섬유 섭취량이 적으면 스트레스, 우울 등 정신 건강의 악화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남성은 총에너지 섭취량이 많을 때, 여성은 총에너지 섭취량이 적을 때 식이섬유 섭취 부족에 따른 정신 건강 악화 위험이 더욱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화되지 않는 탄수화물의 일종인 식이섬유는 장내 미생물 환경을 개선하고 소화력을 높이며 염증을 감소시킨다고 알려진 유익한 식품군 중 하나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조신영 임상강사 연구팀이 국내 40∼79세 성인 1만1288명을 대상으로 성별에 따른 식이섬유 섭취와 정신 건강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식이섬유 섭취량이 적으면 정신 건강 악화의 위험이 커졌다. 식이섬유 최소 섭취군은 나머지 군보다 ‘사회심리적 불편감’을 겪을 위험이 남성은 46%, 여성은 53% 증가했다. 또한 남성의 경우 ‘높은 스트레스 인식’ 위험이 43% 증가했고 여성은 ‘우울’ 위험이 40% 증가했다.
식이섬유 최소 섭취군이 ‘매우 활발한 신체활동(주당 중강도 유산소운동 3회 이상·총 5시간 이상)’을 병행할 경우 정신 건강 악화 위험이 더 크게 증가했고 이런 경향은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더 두드러졌다. 연구팀은 남성의 근섬유는 주로 탄수화물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2형 근섬유가 많으므로 탄수화물의 일종인 식이섬유의 적절한 섭취를 통해 신체 활동에 쓰이는 에너지를 충분히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민선 교수는 “적절한 식이섬유 섭취가 남녀 모두의 정신 건강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임을 확인했다”라며 “특히 개개인의 신체 활동 수준 및 총에너지 섭취량을 고려한 맞춤형 식이 권고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식이섬유 종류-섭취량에 따라 변비 일으키기도
수용성 식이섬유를 과도하게 섭취하면 장내 세균에 의한 발효량 증가로 소화불량 증상을 겪을 수 있다. 식이섬유가 장을 막아 설사, 복부팽만, 배변 빈도 증가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식이섬유의 건강 효능을 제대로 누리려면 권장 섭취량을 지켜야 한다. 한국영양학회가 제시한 식이섬유 섭취 기준에 따르면 성인 남성은 하루 평균 25g, 성인 여성은 20g이다. 가급적 식이섬유 섭취 권장량을 지키고 수용성·불용성 식이섬유를 골고루 섭취하는 게 바람직하다. 흰쌀밥을 잡곡밥으로 바꾸고 나물 반찬, 미역국 등이 곁들여진 한식 식단으로 정상적인 식사를 한다면 하루 권장량의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안소희 기자 ash030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