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주경찰청 제공
비번 날 한라산을 등반하던 경찰관이 폭염에 쓰러진 30대 여성을 구했다.
23일 서귀포경찰서에 따르면 대정파출소 마라도치안센터 소속 김주업 경위는 지난 13일 오전 11시경 한라산 백록담 정상 부근에서 쓰러져 있는 30대 여성 A 씨를 발견했다. A 씨는 홀로 등반을 하다 탈진해 30분 이상 쓰러져 구조를 기다리고 있던 상태였다.
김 경위는 소지하고 있던 식염 포도당 등을 복용하게 하고 손발을 주무르면서 의식을 잃지 않도록 응급조치 했다. 또 A 씨가 저체온 쇼크 상태에 빠지자 비상용 은박담요를 꺼내 덮어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왔다.
김 경위의 선행은 A 씨가 직접 제주경찰청 홈페이지에 사연을 올리며 알려지게 됐다. A 씨는 해당 글에서 “여름 한라산의 절경을 보고 싶어 혼자 제주 여행을 갔다. 혼자 산행을 시작하고 정상을 10분 남긴 시점에 갑자기 어지럽고 졸려와 계단에서 깜빡 잠이 들었고, 정신을 차려 다시 올라가려 한 순간 심한 어지럼증과 구토증상이 나타났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과호흡과 함께 손발이 저려오고 극심한 추위에 몸을 떨며 일어날 수조차 없어 지나가시던 분이 신고를 해주신 후 별다른 조치 없이 그냥 기다릴 뿐이었는데, 마침 비번으로 산행중이시던 김주업 경찰관님이 그런 절 보시고선 상태파악 후 바로 응급조치를 시행해주셨다”고 덧붙였다.
A 씨는 “구급헬기 선착장까지 내려가야 하는 상황에 의식이 반 이상 없어진 저를 어깨에 들쳐 업고 내려가시면서 경찰관님도 힘드셨을 텐데 계속 저의 상태를 확인하시며 체온을 올려주시려 노력하셨다. 의식이 돌아온 저는 경찰님께 연신 감사하다고 말씀드렸지만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다시 정상을 오르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행히 안전하게 내려와 구급대원 분들께 조치를 받으며 이러한 상황을 말씀드리니 증상을 보고받았을 때 심정지 전 증상들이였다며 정말 천운이었다고 말씀해주셨다. 혼자 올라간 한라산 산행 중 죽을 뻔한 고비를 김주업 경찰관님 덕분에 살아 내려와 정말 어떠한 말로도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