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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바 주세요” 허둥지둥…보이스피싱 직감한 금거래소 판매자

입력 | 2024-09-24 11:29:00

서울 중랑경찰서 ⓒ News1


자녀를 납치했다고 속이며 골드바를 요구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범이 금거래소 판매자의 기지로 경찰에 붙잡혔다.

24일 서울 중랑경찰서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혐의로 중국 국적 남성 A 씨(28)를 지난 15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공범과 함께 지난 13일 50대 여성 B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어 B 씨 딸의 목소리를 흉내 내며 딸을 납치했다고 속였다. 그러면서 딸을 풀어주는 대신 현금 420만 원과 1000만 원 상당의 골드바 등 금품을 달라고 요구했다.

B 씨는 골드바를 구매하기 위해 금거래소를 찾았다. 누군가와 통화하며 허둥대는 B 씨의 모습을 본 금거래소 판매자는 보이스피싱 범죄임을 직감하고 즉시 112에 신고했다. 이후 B 씨에게 필담으로 ‘도와주겠다’고 알리고, 휴대전화 너머의 범인이 들을 수 있도록 일부러 큰 소리로 “포장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금거래소 판매자는 상품 케이스 속에 골드바를 넣지 않은 채 B 씨에게 건네줬다. 혹시 범인들이 상품 케이스를 가져가더라도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기지를 발휘한 것이다.

A 씨와 B 씨는 금품 전달 장소에서 만났다. B 씨가 딸의 생사 확인을 요구하며 금품을 건네지 않자, A 씨는 검거될 것을 우려해 현장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곧 그를 미행하던 경찰관에게 체포됐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와 공범은 다른 피해자들을 상대로 “자녀를 납치한 뒤 마약을 강제로 먹였는데 살리고 싶으면 돈을 가져오라”고 속여 현금 1600만 원을 갈취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공범과 여죄에 대한 수사를 계속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A 씨를 검거하는 데 도움을 주고 범죄 피해를 예방하는 데 기여한 금거래소 판매자에게 포상을 수여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