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구급차량. 사진=뉴시스
지난해 충북 청주시에 사는 70대 여성은 건강검진에서 폐암 2기 진단을 받았다. 의료진은 암을 조기에 발견했고 수술이 까다롭지 않은 만큼 항암치료까지 고려해 자택에서 가까운 대학병원에서 수술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아들 정모 씨(41)는 어머니를 서울아산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게 했다. 정 씨는 “주변에 물어보니 열에 아홉은 ‘조금이라도 완치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며 서울 대형병원을 권했다”고 말했다.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희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외 지역에 거주하는 암 수술 환자 24만8713명 중 32.9%(8만1889명)는 서울에서 암 수술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49.9%), 제주(47.3%), 충북(45.5%)은 절반 가까운 지역 암 환자가 서울에서 수술을 받았고 경기(40.8%), 강원(40.3%)도 서울 원정 암 수술 비중이 높은 편이었다. 거주지 인근에 대형병원이 많지 않거나 서울과 가까운 지역에서 원정 암 수술을 받는 환자 비율이 높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원정 암 수술 비율은 2008년 27%에서 지난해 32.9%로 증가 추세였다. 권순길 전 충북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2000년 전후 권역별 진료 제한이 사라지고 KTX가 도입되며 서울 접근성이 높아졌고 수도권 쏠림 현상이 본격화됐다”고 말했다. 또 “서울에서 치료를 받다가 상태가 악화돼 회복이 어려우면 다시 내려와 상태가 추가적으로 악화되는 걸 막는 치료만 받는 환자들이 많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암 수술 대부분은 서울과 지방 간 격차가 크지 않은 만큼 원정 수술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김성근 여의도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병원들의 ‘암 적정성 평가’ 결과를 봐도 주요 암은 전국 어디서 수술을 받아도 경과에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원정 암 수술을 줄이기 위해 지난달 30일 발표한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에 초진 의사가 환자와 상의해 가장 적합한 상급병원을 예약해 주는 ‘전문의뢰제’ 도입 방안을 포함시켰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