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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골드바 케이스…필담으로 보이스피싱 막은 금거래소 사장

입력 | 2024-09-24 17:20:00

서울 중랑구 신내동 중랑경찰서./뉴스1


딸을 납치했다는 보이스피싱범의 전화에 속아 골드바를 사려던 시민이 금 거래소 사장의 도움으로 피해를 면했다.

24일 서울 중랑경찰서는 현금 420만원과 1009만원 상당의 골드바를 뜯어내려고 한 중국 국적 남성 A 씨(28) 등을 통신사기피해환급법 등의 혐의로 지난 13일 현장에서 검거해 구속했다고 밝혔다.

피해자는 딸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A 씨의 공범에게 속아 골드바를 구입하러 금 거래소를 찾았다. 하지만 해당 금 거래소 사장은 피해자의 허둥대는 모습을 보고는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자임을 직감하고 필담으로 ‘도와주겠다’고 적으며 경찰에 신고했다.

또 피해자와 통화 중인 보이스피싱범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큰소리로 “포장했습니다”고 말하며 상품 케이스 속에 골드바를 넣지 않고 피해자에게 넘겼다. 혹시 범인들이 상품 케이스를 가져가더라도 피해를 입지 않도록 기지를 발휘한 것이다.

경찰은 신고를 접수한 뒤 금품전달 장소에서 포장된 상품 케이스를 넘겨받는 범인을 현장에서 붙잡았다. 범인은 피해자가 딸의 생사 확인을 요구하며 금품을 건네지 않자 검거를 우려해 현장을 벗어나려했지만 미행하던 경찰관에게 곧바로 체포됐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 등은 다른 피해자들에게 ‘(당신의) 자녀를 납치한 뒤 마약을 강제로 먹였는데 살리고 싶으면 돈을 가져오라’고 협박하는 등의 수법으로 현금 1600만원을 추가로 갈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범인을 검거하는데 결정적 도움을 준 시민에게 포상을 수여했다”며 “공범과 여죄에 대한 수사를 계속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