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일 정치부 기자
“일개 구청장 선거에 왜 이렇게 관심을 가져요?”
지난해 8월 말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공천 여부나 선거 후 정국 전망을 물어보려 여당 지도부나 관계자들을 접촉하면 으레 돌아오는 대답이었다.
당시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후보를 내는 것에 부정적이던 때다. 보선 원인을 국민의힘 소속이던 김태우 전 구청장이 제공한 데다 강서구가 여당에 험지여서 공천을 하지 않는 게 합리적이라는 것이 당내 중론이었다. 굳이 총선을 반년 앞두고 당 지도부가 이기기 힘든 선거로 중간 평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계산도 깔려 있었다.
곧 ‘일개’ 구청장·군수 재·보궐선거(10·16 재·보선)가 또 치러진다. 이번엔 야권을 중심으로 정치적 함의가 잔뜩 부여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텃밭인 전남의 두 지방자치단체(곡성·영광군)에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맞붙으면서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3일 “만약 결과가 조금 이상하게 나오면 민주당 지도 체제 전체가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이 두 곳 중 한 곳이라도 가져가면 호남에서 이 대표에 대한 회의론이 생길 수 있다는 취지로 읽힌다. 관전자 격인 국민의힘의 한 전략통 의원은 “민주당의 수도권 승리에는 호남 출향민의 지분이 크다”며 “호남 지지 기반이 흔들린다는 건 수도권도 흔들릴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대체자를 노리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재·보선을 위해 전남에서 ‘한 달 살기’를 하는 건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재·보선의 의미는 야당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여당 텃밭인 부산 금정구와 인천 강화군에서 조용한 승리를 노리고 있다. 조용한 승리를 노린다는 건 이들 선거가 이슈화되지 않길 바란다는 의미도 내포한다.
이는 선거 결과에 따라 온갖 의미가 부여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개헌 가능 의석수를 막아줬던 부산이 뚫리면 여당의 마지막 보루마저 무너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강화군은 수도권 민심과 곧장 연결된다. 여당 핵심부는 두 선거를 이길 수 있다고 보지만 당 일각에선 최근 정부·여당의 낮은 지지도가 변수가 될까 걱정하는 기류도 없지 않다. 결과가 나쁘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에게 어떤 식으로든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김준일 정치부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