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전력, 69개 중간 저장시설 이송 향후 재처리공장서 최종처분 계획 핵무기 원료 추출 가능해 논란도
일본 도쿄전력이 24일 원자력발전소에 보관 중인 고준위 핵폐기물인 ‘사용후 핵연료’를 꺼내 중간 저장시설로 옮기는 작업에 착수했다. 일본에서 원전이 아닌 곳에서 사용후 핵연료를 저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이날 오후 니가타현 가시와자키카리와(柏崎刈羽) 원전에 보관 중이던 사용후 핵연료 69개를 꺼내 원전 부지 항구에 정박된 운반선에 실었다. 반출된 연료 69개는 길이 5.4m, 지름 2.5m, 무게 120t 규모의 금속 용기에 담겼다. 운반선에 실린 사용후 핵연료는 26일 일본 혼슈 북부 아오모리현 무쓰시 항구로 이동해 무쓰시에 마련된 중간 저장시설에 보관된다.
사용후 핵연료는 원전에서 전기 생산을 마치고 남은 폐연료다. 높은 방사능 농도와 고열 때문에 안전한 폐기가 필수다. 지금까지는 원전 부지 내 임시 저장시설(수조 등)에 넣어 열을 식히고 방사능 농도가 낮아지기를 기다려 왔다.
도쿄전력은 이번에 반출한 사용후 핵연료를 무쓰시 중간 저장시설에서 최장 50년간 보관한다. 이곳에서는 최대 5000t의 사용후 핵연료를 보관할 수 있다. 일본에는 현재 1만9000t가량의 사용후 핵연료가 각 원전 내 임시 저장시설에 보관돼 있다.
일본은 최종적으로는 무쓰시 인근 롯카쇼촌의 재처리 공장에서 처리할 예정이다. 해당 공장은 1993년 착공해 1997년 완공될 예정이었으나, 서류 미비 및 안전성 점검 등을 이유로 무려 27번 완공이 미뤄지며 32년째 건설 중이다.
중간 저장시설 가동에 들어가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아직 처리 방안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2004년부터 사용후 핵연료 관리 방안이 논의됐지만 정권에 따라 논의의 연속성이 끊기면서 어디에 어떻게 처리할지 대책조차 수립하지 못했다. 이르면 6년 뒤 전남 영광군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대다수 원전의 임시 저장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이대로면 원전 가동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일본이 건설 중인 재처리 공장도 논란이 적지 않다. 일본은 1968년 미일 원자력협정을 통해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할 권리를 얻었다.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하면 핵무기의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나라가 될 수 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