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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손모빌, 플라스틱 재활용 거짓말로 소비자 속였다”

입력 | 2024-09-25 03:00:00

美캘리포니아주 환경소송 제기
“실제 재활용 8%, 수익 위해 속여”
회사측 “비효율 안 당국도 행동 안해”




미국 캘리포니아주(州)가 미 최대 석유화학 기업인 엑손모빌을 상대로 “플라스틱 재활용에 대한 거짓말로 소비자를 속였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주 정부가 플라스틱 환경 공해를 이유로 글로벌 석유화학 기업을 제소한 건 처음이다.

롭 본타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은 23일 샌프란시스코 카운티 고등법원에 엑손모빌을 제소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엑손모빌은 ‘재활용의 신화’를 지속해 왔다”며 “환경과 대중을 위협하는 사기적 관행을 종식시키겠다”고 밝혔다. 법무부에 따르면 일회용 플라스틱 소재인 ‘폴리머’의 세계 최대 생산업체인 엑손모빌은 캘리포니아주 공해방지법과 허위광고 금지법 등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본타 장관은 엑손모빌의 허위 홍보가 소비자에게 일회용 플라스틱 구매를 유도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성명에서 “엑손모빌은 플라스틱 재활용이 폐기물과 오염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대중을 반세기 동안 속여 왔지만, 이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며 “환경과 건강을 위협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익을 늘리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약 2년 전 관련 조사에 착수한 캘리포니아주 법무부에 따르면 엑손모빌이 ‘환경적으로 처리’했다고 주장하는 플라스틱 폐기물 중 실제 재활용되는 비중은 8%에 불과하다. 법무부는 또 엑손모빌이 ‘고도(advanced) 재활용’을 통해 모든 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다고 홍보해 대중을 속였다고 보고 있다. 고도 재활용이란 플라스틱을 가열해 녹이는 열분해 공정을 거치는 방식으로 환경에 유해하다는 논란이 제기돼 왔다.

환경단체 ‘비욘드 플라스틱’의 주디스 엥크 대표는 “플라스틱 재활용을 둘러싼 오래된 거짓말과 관련해 플라스틱 산업계에 제기된 가장 중대한 소송”이라며 환영했다. 시민단체 ‘플라스틱추적기’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미 전역에서 제기된 플라스틱 관련 환경 소송은 62건에 이른다. 반면 엑손모빌의 로런 카이트 대변인은 “당국도 재활용 시스템의 비효율성을 수십 년간 알면서도 행동하지 않았다”며 “우리를 비난하고 고소하는 대신에 플라스틱 매립을 막기 위한 협력에 나섰어야 했다”라고 반박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번 소송에 대해 “정치 성향과 상관없이 고른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론조사기관 ‘진보를 위한 데이터’와 기후통합연구센터(CCI)가 지난달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약 70%가 “플라스틱 산업과 관련해 주 정부가 석유기업에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답했다. 민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환경 이슈에 덜 민감한 공화당 지지층도 약 54%가 여기에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보고서에서 향후 4년간 휘발유 소비가 줄어드는 대신에 플라스틱 생산을 포함한 석유화학 분야가 세계 석유 수요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유엔 플라스틱 협약 협상위원회는 11월 부산에서 플라스틱 오염 방지를 위한 국제협약 초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