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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서울 집값 잡으려면 강남학생 ‘대입 상한’ 둬야”

입력 | 2024-09-25 03:00:00

英 FT와 인터뷰 “6세부터 입시경쟁”
“문제의식 맞아” “역차별 우려” 분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대학 입시에서 서울 강남 등 부유한 지역의 출신 학생들에 대한 ‘대학 입학 상한선’을 두자는 식의 과감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지난달 상위권 대학의 지역별 비례선발제 도입을 주장한 데 이어 발언 수위를 더 높였다.

24일 이 총재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서울 강남 등지에서 벌어지는 입시 경쟁이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을 부추기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서울 강남에 몰려 있는 사교육 강사와 대학 입시 코치를 두고 부모 사이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 경쟁이 주택가격과 가계부채를 끌어올리고 지역 불평등과 지방 인구 감소를 가속화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입시제도가 한국의 잠재성장률 저하 등 구조적인 문제를 불러일으킨다고도 지적했다. 이 총재는 “서울의 부자들은 6세 때부터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 대학 진학을 준비시키고 여성 근로자들은 자녀 교육 때문에 집에 머물기로 결정한다”며 “이런 치열한 경쟁이 경제에도 해를 끼치고 모든 사람을 불행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계 지도자들이 한국의 교육 시스템을 칭찬하지만 현실을 모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27일 한은은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서울대 등 상위권 대학 진학이 결정된다면서, 대학의 신입생을 지역별 입시생 수에 비례해서 선발하자는 파격 제안을 한 바 있다. 이 총재가 입시와 관련해 발언 수위를 점차 높이면서 논란은 커지고 있다. 현행 입시 제도나 수도권 집중 현상에 대한 문제 의식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강남 등 특정 지역에 대한 역차별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은 내부에서도 이 총재의 발언에 대해 “통화 정책 수립과 물가 안정을 도모하는 한은의 설립 취지와는 이질적인 면이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은은 앞서 돌봄 서비스 최저임금 차등화, 과일·채소 수입 확대 주장을 내놓아 일각의 반발을 부르기도 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