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난방기 교체 예산 3분의 1만 써 수요 예측 실패에 대규모 ‘불용’ 역대급 세수펑크속 비효율 커져 “필요한 사업 못받는일 반복될 것”
지난해 예산을 짜면서 국토교통부는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 간 갈등을 예방하겠다며 신규 사업 두 개에 190억 원을 편성했지만 실제로는 1억1000만 원을 집행하는 데 그쳤다. 150억 원 규모의 층간소음 성능보강 사업은 저소득층이나 자녀가 있는 중산층 가구가 소음매트를 구입, 설치할 때 저금리로 그 비용을 빌려주는 사업으로 설계됐다.
하지만 직접 지원이 아니라 융자 사업이라는 점 때문에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해 실제 집행액이 1억1000만 원에 불과했다. 건설사들에 연 4% 금리로 공사비를 빌려주는 층간소음 개선 리모델링 사업에는 40억 원의 예산이 편성됐지만 금리 혜택이 작은 융자 사업이라는 한계로 집행이 전무해 한 푼도 쓰지 못했다.
● 나라 살림 빠듯한데 곳곳에서 대규모 불용
산업통상자원부의 경우 지난해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활용해 식품매장의 개방형 냉장고에 문을 달고 소상공인들의 낡은 냉난방기를 고효율 냉난방기로 교체하는 사업을 벌였다. 하지만 100억 원의 기금을 편성해서 추진한 문 달기 사업은 올 3월까지 10억100만 원을 집행하는 데 그쳤다. 300억 원의 기금을 편성했던 노후 냉난방기 교체 사업도 올 3월까지 111억1800만 원만 집행해 실적이 저조했다. 문 달기와 냉난방기 교체 비용의 40%까지만 보조해 주는 구조여서 인기가 낮았던 것이다. 구 의원은 “소상공인의 비용 부담에 비해 전기요금 절약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을 간과하면서 수요 예측에 실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 지난해 예산 불용, 11조 육박하며 사상 최대
현역 병사들이 가입하는 장병내일준비적금과 연계해 추가적인 돈을 지급하는 병내일준비지원 사업도 지난해 6584억 원의 예산을 마련했지만 5014억 원만 집행돼 1500억 원 이상의 불용액이 발생했다.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실제 가입률과 가입 금액 등을 부정확하게 계산하면서 발생한 불용 사례”라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예산은 한정돼 있는데 애초에 수요가 부족한 사업이 들어가면 정작 필요한 사업은 예산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