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韓 만찬 회동] 의료 공백-김여사 문제 안나와 尹 “우리 한대표 고기 좋아해서 준비”… 정원서 노타이에 오미자차로 건배 與 “추석민심-건의사항 듣겠다더니 원전 얘기만… 국민에 맞아죽게 생겨” 대통령실 “따뜻한 자리” 엇갈린 평가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 지도부 초청 만찬 후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 이날 만찬 회동에서 한동훈 대표는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에게 “대통령과 현안을 논의할 자리를 잡아달라”고 재차 독대를 요청했다. 앞줄 왼쪽부터 한 대표, 윤 대통령, 추경호 원내대표. 대통령실 제공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인사말을 할 기회조차 없었다.”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 만찬을 마친 뒤 국민의힘의 한 참석자는 이렇게 말했다. 다른 여당 참석자도 “대통령실은 추석 민심과 정부에 대한 건의사항을 듣겠다고 했지만 추석 민심을 전할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의정 갈등 해법 논의를 해야 여야의정 협의체에 의료계를 어떻게 참여시킬지 이야기라도 꺼낼 텐데 그런 논의가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7월 24일 만찬 이후 두 달 만에 마주 앉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 독대는 이날 결국 불발됐다. 장기화되는 의정 갈등을 수습할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을 위한 해법이나 한 대표가 독대에서 논의하기를 원한 것으로 알려진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논란 해결 방안에 대한 논의도 없었다.
한 대표는 홍철호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에게 “중요 현안들에 대해 논의할 자리를 다시 잡아달라”고 독대를 다시 요청했다. 만찬 자리에서 현안에 대한 이야기가 오갈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해 재차 요청했지만 대통령실에서 이에 대한 확답이 없었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독대 요청이 공개된 데 대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 韓, 尹에 독대 재요청… 긴장 고조
이날 만찬은 당정 지지율 동반 하락 추세를 반전시킬 해법 없는 ‘맹탕’으로 진행됐다는 게 복수의 여당 참석자들이 전한 분위기다. 화자는 주로 윤 대통령이었고, 대화 내용은 최근 체코 방문에서 최종 계약 직전까지 간 두코바니 원전 수출에 대한 것이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세계적으로 원전시장이 엄청 커지면서 체코가 우리와 함께하고 싶어 한다”며 “2기에 24조 원을 덤핑이라고 비판하는데,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했다. 한 여당 참석자는 “국내 원전 산업 이야기와 전력 이야기 등이 주를 이뤘다”고 했다.
반면 한 대표가 의정 갈등 해소를 위해 꺼낸 여야의정 협의체에 관한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고 대통령실과 여당 지도부 참석자 모두 전했다. 한 대표 역시 윤 대통령의 발언만 들을 뿐 별다른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여당 참석자는 “한 대표가 말할 기회가 없었다는 게 맞는 말일 것”이라고 했다.
반면 대통령실과 용산 참모진은 “따뜻한 자리였다”며 전혀 다른 분위기를 전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메뉴와 관련해 한 대표에게 “우리 한 대표가 고기를 좋아해서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아이스 라테를 주문하자 한 대표가 “대통령님 감기 기운 있으신데 차가운 것 드셔도 괜찮으시냐”고 물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애초에 하하호호 할 자리는 아니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 韓 “金 여사 문제 나라도 얘기해야”
한 대표는 최근 주변에 “용산 대통령실 내부에서 김 여사 문제를 거론하지 않으니 나라도 이야기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김 여사가 2022년 재·보궐선거와 올해 총선에서 부적절한 행보를 했다는 의혹이 잇달아 불거지자 한 대표에게도 우려 여론이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만찬에 앞서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과의 독대가 성사됐다면 비공개로 논의할 사안에 김 여사 관련 문제가 포함되느냐’란 질문에 “여러 중요한 사안이 있다. (김건희 여사 이슈도) 그중 하나”라고 말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