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작년엔 생산량 감소로 ‘금(金) 사과’로 불렸다. 올해는 작황이 좋아 평년 가격을 회복할 전망이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과일. 곳곳의 과수원을 붉게 물들이고 있는 사과는 건강상 이점이 많은 복덩이다. ‘하루 사과 한 알이면 의사를 멀리할 수 있다’는 서양 속담이 있을 정도.
사과에는 식이 섬유가 풍부하다. 이는 우리 몸이 스스로 소화할 수 없는 복합 탄수화물의 일종이다. 식이 섬유는 장에 서식하는 많은 박테리아 종의 먹이 역할을 한다. 이러한 박테리아는 암 위험부터 체중, 기분 등 건강 전반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사과를 포함한 과일과 채소를 많이 섭취하면 장내 유익 균의 수가 증가하고 유해 균의 수가 감소해 전반적인 건강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미국 멤피스 대학교의 영양 과학자인 마리 반 데어 메르베(van der Merwe) 박사가 23일(현지시각) 뉴욕 타임스에 말했다.
반 데어 메르베 박사는 사과에 대해 “프리바이오틱스(위와 장에서 소화 효소로 분해되지 않는 저분자 섬유소)처럼 작용할 뿐만 아니라 프로바이오틱스(인체에 이로운 유익 균)처럼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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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는 심장 건강에도 좋다.
사과에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식이 섬유인 펙틴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2012년의 한 연구에서 폐경 후 여성 160명은 1년 동안 매일 75g의 말린 사과(중간 크기의 사과 약 2개에 해당) 또는 자두를 먹었다. 6개월 후, 사과를 섭취한 여성은 총 콜레스테롤이 13%, ‘나쁜’ LDL 콜레스테롤이 24% 감소했다. 반면 자두를 섭취한 여성은 총 콜레스테롤이 3.5%, LDL 콜레스테롤이 8% 감소해 사과에 못 미쳤다.
사과는 또한 식물이 외부 환경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생성하는 건강 증진 물질인 폴리페놀의 주요 공급원 중 하나다. 폴리페놀은 주로 껍질에 분포하기 때문에, 사과를 먹을 땐 껍질째 먹는 게 가장 좋다. 특히 사과에 포함된 특정 폴리페놀인 플라보노이드는 혈관을 통해 흐르는 산화질소 생성을 자극하여 혈관을 확장하는 데 특히 효과적이다. 이는 혈압에 좋다고 덴마크 암 연구소의 박사 후 연구원 니콜라 본도노 박사가 뉴욕 타임스에 말했다. 그는 사과에 관한 여러 연구 논문의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
사과는 만성 염증 감소에도 효과적이다.
사과의 폴리페놀은 염증을 줄이고 결과적으로 질병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영국 북아이랜드 벨파스트 퀸즈대학교 연구진이 지난 8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약 20년 동안 수집한 11만 9000여명의 건강 데이터(5회에 걸쳐 조사한 24시간 동안 먹은 모든 음식에 대한 기록 포함)를 분석한 결과, 식사 기록에 하루에 사과를 두 개 이상 먹는다고 답한 사람은 나중에 만성 폐쇄성 폐질환에 걸릴 확률이 3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공동 저자인 애딘 캐시디 영양·예방 의학 학과장은 “하루에 반개만 먹어도 효과를 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사과와 만성 폐쇄성 폐질환 위험 사이의 연관성이 염증 표지자의 감소와도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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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암 연구소의 본도노 박사는 사과는 껍질째 먹을 때 가장 영양가가 높다고 설명했다. 강력한 폴리페놀과 다량의 섬유질을 함유하고 있는 곳은 껍질이기 때문이다. 본도노 박사는 껍질을 깨끗하게 씻어 잔류 농약을 제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짙은 빨간색 사과만 골라 먹기보다는 다양한 사과 품종을 섭취함으로써 가능한 한 많은 폴리페놀을 흡수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반 데어 메르베 박사는 말했다. 지금껏 과일과 식물에서 확인 된 폴리페놀은 8000종에 달한다.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