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택 중앙대병원 신경외과 교수-교모세포종 강경아 씨
뇌종양 중 최악 등급 교모세포종
두통 증세로 시작, 8일 만에 수술
정교하면서도 광범위하게 종양 제거
항암방사선치료-단독 항암치료
“가족 생각하며 투병 의지 높여
완치하려면 환자는 의사 신뢰해야
떠도는 가짜 치료 정보 속지 말아야”
뇌종양 중 최악 등급 교모세포종
두통 증세로 시작, 8일 만에 수술
정교하면서도 광범위하게 종양 제거
항암방사선치료-단독 항암치료
“가족 생각하며 투병 의지 높여
완치하려면 환자는 의사 신뢰해야
떠도는 가짜 치료 정보 속지 말아야”
강경아 씨(오른쪽)는 최악의 암 중 하나로 꼽히는 교모세포종에 걸렸지만 투병의지를 꺾지 않고 암과 싸워 사실상 완치를 얻었다. 강 씨의 치료를 담당한 권정택 중앙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도 재발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6년 7개월 이상 암이 재발하지 않고 있어 완치 가능성을 높게 봤다. 중앙대병원 제공
그래도 요즘 강 씨의 몸 상태는 무척 좋다. 강 씨는 “불편한 게 별로 없다”고 말했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이전보다 더 자주 여행을 다닌다. 제2의 삶을 만끽한다. 그런 강 씨도 처음에는 여느 암 환자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상당수의 환자가 암 판정을 받으면 하늘을 원망한다. 강 씨도 그랬다. 처음엔 죄를 짓고 산 것도 아닌데 왜 자신에게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곱씹었다. 강 씨는 자신의 병이 혹시나 자식들에게 대물림되는 건 아닌지 걱정하기도 했다. 권 교수에게 가장 먼저 물어본 질문이 “아이들에게 유전되느냐”였다. 유전 가능성이 없다는 말에 그나마 마음을 놓았다. 부모님께도 자식이 먼저 아픈 불효를 저질렀다는 생각에 너무 죄송스러웠다. 하지만 강 씨는 곧 마음을 추스렸고, 적극적으로 암과 싸웠다. 강 씨의 뇌종양 투병기를 들어봤다.
●뇌종양, 두통과 구토 유발
2018년 2월 15일 두통이 시작됐다. 가끔 있는 일로 여기고, 처음에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진통제만 사서 먹었다. 그런데 두통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구역질과 구토 증세가 추가됐다. 4일 후 딸의 대학 졸업식에 참석하려고 집을 나섰다. 승용차에서 내리자마자 또다시 구토가 시작됐고, 멈추지 않았다. 얼른 근처에 있는 의원으로 갔다. 의사는 빨리 큰 병원 응급실로 가 보라고 했다. 강 씨는 중앙대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뇌 영상 촬영을 시행했다. 뇌종양이었다.
뇌종양으로 인한 두통이라면 대체로 잠자고 일어났을 때 증세가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깨어있을 때는 호흡이 원활하니 뇌로 가는 산소도 넉넉하고 뇌 안의 압력도 적정한 강도로 유지된다. 하지만 잠을 자게 되면 호흡량이 줄면서 뇌 안의 산소가 감소하고, 뇌 안의 압력은 올라간다.
권 교수는 “사실 두통만으로는 뇌종양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5년마다 뇌혈관을 포함한 뇌 검사를 받는 게 최선의 예방법”이라고 말했다.
●최악의 교모세포종
강 씨의 경우 뇌의 오른쪽 앞부분에 악성종양이 있었다. 암의 크기는 지름이 무려 6㎝에 달했다. 암 덩어리가 큰 것도 문제였지만, 암의 종류가 더 심각한 문제였다. 진단명은 뇌종양의 일종인 교모세포종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뇌종양을 심각도에 따라 4등급으로 나누는데, 교모세포종은 최악인 4등급에 속한다. 교모세포종은 뇌 조직 전반에 발생한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5년 생존율이 10%를 밑돈다. 그만큼 치명적인 암이다. 하지만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 권 교수는 “치료제가 속속 개발되고 있고, 의료 기술도 좋아지고 있어서 생존율이 점점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권 교수는 수술을 선택했다. 권 교수는 “어려운 수술이지만, 수술하지 않을 경우 수명이 6개월도 안 될 거로 생각했다”며 “다행히 광범위하게 암을 절제할 수 있는 부위여서 과감하게 수술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말했다. 신속하게 수술 날짜를 잡았다. 4일 후 강 씨는 수술대에 올랐다.
뇌의 앞쪽 부위를 크게 절제한 뒤 암 덩어리를 들어냈다. 다른 수술과 달리 뇌 수술은 미세한 신경 조직이라도 잘못 건드리면 전신마비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별도의 ‘수술 감시장치’를 사용했다. 수술을 진행하면서 환자의 감각이 떨어지는지, 팔다리는 움직이는지 등을 수시로 파악하는 것. 강 씨 수술의 경우 다행히도 이런 상황은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다. 모든 수술을 마치는 데는 한나절 가까운 시간이 소요됐다. 권 교수는 “요즘에는 뇌 항법 장치 등 장비들이 더 첨단화하면서 수술 시간도 줄이고 더 안전하게 암을 제거하는 추세다”고 말했다.
강경아 씨의 수술전(위쪽)과 수술후 뇌MRI 사진. 암덩어리가 완전히 제거됐음을 알 수 있다.
강경아씨의 3차원 뇌 사진. 광범위하게 뇌를 절제한 흔적이 보인다. 중앙대병원 제공
●“가족 생각하며 항암치료 이겨내”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하지만 치료가 끝난 건 아니었다. 수술하고 한 달이 지난 후 곧바로 항암방사선치료(CCRT)에 돌입했다.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따로따로 하지 않고 한꺼번에 진행하는 방식이다. 권 교수는 “교모세포종의 경우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동시에 하는 것이 표준 치료법이다”고 말했다. 강 씨는 주말 이틀을 빼고 평일에는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치료를 받았다. 이런 식의 항암방사선치료는 약 40일 동안 진행됐다. 이제 다 끝났나 싶더니 아니었다. 곧바로 단독 항암치료에 돌입했다. 한 달에 5회씩 총 6주기, 그러니까 30회의 단독 항암치료까지 받아야 했다.
이 모든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강 씨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투병 의지를 다졌다. 그래야 할 이유도 있었다. 강 씨가 수술 후 퇴원한 뒤 집에 갔을 때였다. 딸아이가 교모세포종에 대해 검색하고 나서 울고 있는 것을 봤다. 그때 강 씨는 “가족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병을 이겨내고 말겠다”고 결심했다.
항암치료를 받다 보니 입맛이 뚝 떨어졌다. 헛구역질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꾹 참고 체력을 비축하기 위해 많이 먹었다. 보통 암 환자들은 항암치료 중에 제대로 먹지 못해 살이 쭉 빠진다. 하지만 강 씨는 오히려 체중이 늘었다.
뇌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던 해가 2018년 여름이었다. 기록적인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때였다. 하지만 강 씨는 더위에 맞서면서 매일 1시간 반 정도씩 산에 올랐다. 운동도 쉽지는 않았다. 축축 처졌다. 그래도 체력이 닿는 대로 높이 올라갔다. 이렇게 강 씨는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견뎌냈다.
●“의사를 신뢰해야”
강 씨는 “의료진은 내 생명만 살린 게 아니라 가족의 삶도 찾아줬다”고 말했다. 강 씨는 암 환자의 완치에 절대 필요한 덕목으로 ‘의료진에 대한 믿음’을 꼽았다. 사실 환자들에게 의사들은 소통하기 껄끄러운 대상일 수 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말하는 의사를 믿고 따르기란 쉽지 않다. 그 때문에 또 다른 ‘특효 처방’을 찾는 환자들도 있다. 하지만 강 씨는 절대로 그러지 않았다. 오직 권 교수의 처방만 따랐다. 현실적으로는 많은 암 환자들이 이러지 못한다. 암에 걸린 후 더 많은 정보를 찾기 위해 인터넷 카페와 같은 환자 커뮤니티에 가입한다. 문제는, 이 커뮤니티에서 떠도는 정보가 때로는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강 씨도 인터넷 카페에서 많은 정보를 얻었다. 하지만 권 교수의 처방에 어긋나는 방법은 아예 시도하지 않았다. 할 수 있는 모든 치료를 잘했고 강 씨 자신이 잘 투병하고 있으니 다른 조치가 필요 없다는 권 교수의 처방을 믿고 따른 것이다. 강 씨는 다른 암 환자에게도 이 점을 꼭 당부하고 싶다고 했다.
“환자의 절박한 마음을 이용해 치료 효과가 높다며 특정 상품을 팔려는 사람들이 많이 접근할 수도 있습니다. 현혹되기 쉬운데, 그러지 마세요. 의료진을 믿고 따르는 게 옳습니다.”
<강경아 씨 교모세포종 투병 일지>
2018년 2월 15일 두통 발생. 진통제 효과 없음
이후 구토 증세까지 생김
2018년 2월 19일 중앙대병원 응급실 직행.
뇌종양 진단(교모세포종)
2018년 2월 23일 뇌종양 제거 수술
2018년 3월~5월 항암방사선치료(CCRT) 시행
(주 5일, 총 40회)
2018년 5월~10월 단독항암치료 추가 시행
(한달에 5회씩 6주기, 총 30회)
2018년 10월 이후 정기적으로 재발 여부 추적 검사 진행
2024년 2월 뇌CT 검사에서 종양 재발 소견 없음 확인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