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올해 상반기 학교폭력 전수 실태조사 공개 325만명 중 2.1% “학폭 당했다”…코로나 이후 증가 초등 4~6학년 4.2%…조사 시작된 2013년 이래 최고 ‘대책 내놓겠다’ 미룬 작년 2차 표본조사, 늦장 공개 새로운 대책 없이 “피해응답률 증가 추세 둔화” 자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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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학교폭력 피해가 갈수록 더 심각해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 당국이 매년 벌이는 실태조사에서 학교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답한 학생 비율이 11년 새 최고치를 찍었다. 폭력의 정도가 심해 징계 심의에 착수한 학교폭력 사건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증가했다.
교육부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지난 4월15일부터 5월14일까지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재학생 전체 398만명에게 온라인을 통해 실시한 ‘2024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는 대상 학년 재학생 81.7%인 325만명이 참여했다. 참여율은 2019년 90%에서 코로나19 첫 해인 2020년 82%로 내려온 이후 80%대에서 머무른다.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2013년 첫 전수 실태조사 이후 2017년 0.9%까지 내려갔다. 그러나 2018년 조사에서 1.3%로 반전된 후 2019년 1.6%로 상승했다.
코로나19로 개학이 미뤄지고 등교가 연기된 2020년 0.9%로 꺾였지만, 이듬해 1.1%에 이어 2022년 1.7%로 코로나19 유행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다. 이어 2023년 1.9%, 올해 2.1% 순으로 4년 연속 높아진 것이다.
특히 초등 4~6학년 가운데 4.2%가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조사에 이어 또 다시 최고 기록을 고쳐 썼다. 중학생은 1.6%, 고등학생은 0.5%를 보였다.
온라인으로 피해 여부를 묻고 답한 방식의 한계가 있지만, 심각한 학교폭력이 발생해 교육 당국에서 징계 심의에 착수하는 사례도 최근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학교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밝힌 응답자에게 유형을 제시하고 두 개 이상을 고를 수 있도록 한 결과, 언어폭력이 응답률 39.4%로 예년처럼 가장 높았다. 지난해 조사와 비교하면 2.3%포인트(p) 비중이 상승했다.
이를 비롯해 ▲성폭력(5.9%, 0.7%p) ▲사이버폭력(7.4%, 0.5%p) ▲집단 따돌림(15.5%, 0.4%p) ▲금품갈취(5.4%, 0.3%p) 등 5개 유형의 응답률이 높아졌다.
반면, ▲강요(5.7%, -2.1%p) ▲신체폭력(15.5%, -1.8%p) ▲스토킹(5.3%, -0.2%p) 비중은 다소 낮아졌다.
사이버 폭력을 당했다고 응답한 피해자 가운데 38.1%는 사이버 언어폭력을 당했다고 밝혔다. 사이버 따돌림은 16.1%, 사이버 개인정보 유출은 7.4% 등이었다.
‘딥페이크’(기존 사진이나 영상을 다른 사진이나 영상에 겹쳐서 실제처럼 만들어 내는 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합성기술) 범죄와 관련이 있어 보이지만, 딥페이크 범죄 피해 양상이 다양한 만큼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정확하게 짚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피해를 입었다고 밝힌 학생 중 92.3%는 교사 등 주변에 신고했다고 답했다. 지난해 조사와 같은 수치였다. 신고 상대(복수 응답)는 보호자가 36.4%로 가장 많았고 학교 선생님 30.6%, 친구나 선후배 13.4% 등이다.
신고하지 않았다고 한 학생들에게 이유를 묻자, 가장 많은 23.9%는 ‘일이 커질 것 같다’고 했다.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21.5%, ‘이야기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 13.7%, ‘스스로 해결하려고’ 13.1% 등이었다.
학교폭력을 목격했다고 밝힌 학생은 응답자 325만명 중 16만3000명으로 5.0%에 이른다. 지난해 조사와 견줘 0.4%p 상승했다. 조사에 참여한 초등 4~6학년 학생 중에서 8.5%, 중학생은 5.1%, 고교생은 1.4%였다.
목격자 중 68.4%는 ‘피해 학생을 위로하고 도와줬다’(33.8%), ‘가해자를 말렸다’(17.4%), ‘주변 어른들에게 알리거나 신고했다’(17.2%)고 답했다. 이처럼 신고하거나 제지한 비율은 지난해보다 0.1%p 상승했다.
또한 목격 후에도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는 방관 응답률은 30.5%로 전년 대비 0.2%p 하락해 개선됐다.
조사에 응한 학생의 1.0%인 3만1000명은 자신이 지난 2학기 이후 학교폭력을 저지른 적 있다고 답했다.
‘장난이나 특별한 이유 없이’ 가해를 했다는 학생이 31.5%로 가장 많았다. 이어 ‘상대방이 먼저 나를 괴롭혔다’ 26.5%, ‘상대방과 오해와 갈등’ 13.4% 등이었다.
교육부는 지난해 9월18일부터 10월17일까지 초4~고2 재학생 중 4%인 약 19만명을 표집 조사한 ‘2023년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도 이날 공개했다.
2차 실태조사는 매년 하반기에 실시해 이듬해 상반기에 공개해야 하는데 시기가 늦춰진 것이다. 관련 법률에 따라 조사 결과 연 2회 공표는 교육감의 의무인데, 교육부는 대책을 함께 내놓겠다면서 발표를 미뤘다.
조사 결과 피해 응답률은 1.7%로 표집 조사가 실시된 지난 2018년 2.4% 이후 5년 사이 가장 높았다. 단, 2020년은 코로나19로 조사를 실시하지 않아 2019년 1.2%, 2021년 1.0%, 2022년 1.6% 순을 나타냈다.
교육부는 피해 응답률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나 최근 3년 간 응답률 상승 추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평했다.
대응책 역시 새롭지 않았다. 지난해 4월 발표한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에 담긴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학교폭력 제로센터’ 설치를 지속 지원하겠다고 했다.
초등 교육과정에 신체활동 교과목을 분리하는 등 학생들이 보다 많이 운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마음건강과 사회 정서적 성장을 돕겠다고 거듭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내년 상반기에 ‘제5차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기본계획’을 수립하겠다고 했다. 관련 법률에 따라 주기적으로 수립해야 하는 계획인데, 학교별 맞춤 대책을 세우겠다고 했다.
한편 이번 실태조사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의뢰했고, 교육부 산하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온라인 설문조사 시스템으로 이뤄졌다.
[세종=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