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 “119에 이송병원 강제 선정 권한 부여를” 의료계 “수용불가 원인 제공하고 또 권한 요구” “1339 부활시켜 경증 분류해 응급환자 살려야”
11일 서울의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서 한 환자가 앉아 있다. 정부가 추석 연휴에 응급실 환자가 몰리는 상황에 대비해 11일부터 25일까지 2주간 ‘추석 명절 비상 응급 대응 주간’을 운영한다. 구체적으로 중증·응급환자에 대한 대응 역량을 높이기 위해 44개 권역응급의료센터에 더해 136개 지역응급의료센터 중 진료 역량을 갖춘 15곳 내외를 거점지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하고, 한국형 중증도 분류체계(KTAS) 1~2에 해당하는 중증·응급환자를 먼저 수용한다. KTAS 1~2등급은 생명이나 사지에 위험이 있어 빠른 처치가 필요한 상황으로 심정지, 중증외상, 호흡곤란, 극심한 흉통, 복통, 두통, 토혈, 의식장애 등이 해당한다. 2024.09.11. 뉴시스
119 구급대원들이 응급실 환자 수용 불가(응급실 뺑뺑이) 대책으로 “119에 이송 병원 강제 선정 권한을 달라”고 요구하자 의료계에서 “환자 전원을 담당한 1339 응급의료정보센터를 119로 흡수해 응급환자 수용 불가의 원인을 제공해 놓고 이송 병원 선정 권한까지 요구한다”며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25일 의료계와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에 따르면 최근 각 지역 소방노조는 ‘119에 강제력을 가진 병원 선정 권한을 부여하라’는 문구가 씌여진 현수막을 일선 소방서와 119안전센터 등에 내걸었다. 노조는 “응급환자 병원 선정과 이송 과정에서 지연 및 수용 거부로 환자의 생명이 심각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면서 ‘응급실 뺑뺑이 대책마련 촉구 온·오프라인 대국민 서명 운동’도 벌이고 있다.
이를 두고 의료계에선 “응급환자를 이송할 때 의료적 조언을 제공해온 1339가 의료 전문성이 부족한 소방 조직이 병원 전 단계 응급의료를 총괄하는 119로 흡수 통합된 것이 대국민 응급 의료 서비스의 질적 저하를 가져온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지적하고 있다.
조석주 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1339를 그대로 유지했다면 119 구급대원에게 의료 지도를 하고 병원 간 전원, 즉 환자 이송 병원도 선정했을 것”이라면서 “과거 1339를 통해 경증으로 분류됐던 환자들마저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로 향하게 되면서 119는 환자 수송 업무가 늘고, 응급실은 경증 환자까지 도맡게 돼 과밀화 됐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A 교수도 “가령 과거 1339로 전화를 걸어 ‘대동맥 박리’라고 말하면 1339가 입원의 필요성을 판단해 이송할 병원을 연계해줘 전원이 훨씬 쉬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19는 ‘1339와 119로 이원화된 응급 의료 서비스를 통합해 효율적인 응급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1339를 흡수한 후 전문적인 의학 지식이 부족해 기존에 의사들이 1339에서 하던 비응급 환자 조치와 환자 전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응급환자가 119로 전화를 걸면 119 구급대원과 구급지도 의사(응급의학과 전문의)가 근무하는 관할 지역 권역 구급상황 관리센터로 연결되고 센터는 이송 병원 선정 등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에 따른 인력난 심화로 응급실의 환자 수용 역량이 급감하면서 구급대의 이송 병원 연결과 환자 중증도 판단 요청이 센터로 쇄도하고 있다.
조 교수는 “환자는 경증인지 중증인지 판단할 수 없어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아가는 것이고, 경증 환자가 응급실로 몰리다 보면 치료가 시급한 환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면서 “1339가 부활해 경증·중증 환자가 제대로 분류되면 응급실 과밀화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