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도, 점심에도, 저녁에도 스테이크 삼시 세끼 ‘고기 러버’ 대통령은 누구 미국 대통령의 아침 식탁 들여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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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음식 만드는 모습. 카멀라 해리스 인스타그램
Yes, I’ll make you more bacon.”
(그래, 베이컨 더 구워 줄게)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손녀와 함께 아침을 먹다가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 전화를 받았다고 합니다. 팬케이크와 베이컨으로 아침 식사를 하던 중에 빅뉴스를 접한 것입니다. 전화를 받기 직전 손녀와 나눈 대화 내용입니다. 손녀가 베이컨을 더 달라고 하자 구워주는 평범한 할머니의 모습입니다. 팬케이크, 베이컨, 계란 3종 세트는 미국인들의 단골 아침 메뉴입니다.
한국에 ‘아침을 든든하게 먹어야 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미국에도 비슷한 격언이 있습니다. ‘Breakfast is the most important meal of the day’(아침은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식사다). 커피 한 잔으로 때우는 미국인들도 많지만 역대 대통령들은 아침을 꼭 챙겨 먹었습니다. 아침 식사에서 에너지를 얻어야 세상에서 가장 바쁘다는 미국 대통령 업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의 아침 식탁에는 어떤 음식이 오르는지 알아봤습니다.
1947년 항공모함 USS 미주리호에서 아침 운동을 하는 해리 트루먼 대통령. 해리 트루먼 대통령 도서관 홈페이지
I maintain my waist line and can wear suits bought in 1935.”
(나는 허리둘레를 유지하고 있고, 1935년 입었던 양복을 아직도 입을 수 있다)‘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명언으로 유명한 해리 트루먼 대통령. 본인의 건강 관리도 책임졌습니다. 아침 일정이 한 치의 오차도 없었습니다. 매일 아침 5시 반에 일어나 2마일(3.2km)씩 걸었습니다. 그냥 걷는 것이 아니라 분당 128걸음씩 걷는다는 규칙을 세워놓고 걸었습니다. 14년의 군대 생활에서 얻은 습관입니다.
걷기 운동을 마치면 혈액 순환을 돕기 위해 버번을 한 잔씩 마십니다. ‘버번 대통령’(Bourbon President)으로 불릴 정도로 버번을 좋아했습니다. 즐겨 마신 브랜드는 ‘Wild Turkey’(와일드 터키)와 ‘Old Grand Dad’(올드 그랜드 대드). 이어 30분 동안 마사지를 받습니다. 다음은 아침 식사. 메뉴도 정해져 있습니다. 토스트 한 조각, 계란 1개, 베이컨 1줄을 어기지 않습니다. 토스트에 버터나 잼을 바르지 않습니다. 음료는 무지방 우유 반 잔. 철저한 식이요법과 운동 덕분에 몸무게가 항상 그대로였습니다. 1952년 68세 때 한 말입니다. 1935년, 즉 17년 전인 51세 때 입던 양복을 그대로 입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뱃살이 찌지 않았다는 자랑입니다. 살이 찔 때는 ‘gain weight’, 줄 때는 ‘lose’, 그대로 유지할 때는 ‘maintain’을 씁니다.
배가 많이 나온 D형 체형을 가진 윌리엄 태프트 대통령. 위키피디아
It’s a terrible sentence that has been imposed upon me.”
(나에게 내려진 가혹한 형벌이다)20세기 초 대통령을 지낸 윌리엄 태프트는 기록이 많습니다. 유일하게 행정부와 사법부의 수장을 모두 지냈습니다. 대통령을 끝낸 뒤 더 중요한 기록은 가장 무거운 대통령이라는 것. 180cm에 160kg였습니다. 아침에 스테이크를 먹었습니다, 그것도 가장 큰 사이즈인 12온스. 성인 손바닥보다 큽니다. 여기에 버터를 바른 토스트 몇 조각, 크림과 설탕을 듬뿍 넣은 커피를 곁들였습니다.
건강 경고등이 커졌습니다. 의사가 스테이크 사이즈를 6∼8온스로 줄이라고 충고하자 태프트 대통령은 이렇게 한탄했습니다. ‘sentence’는 선고를 말합니다. 선고는 위에서 내려지는 것이므로 ‘impose a sentence’(선고를 부과하다)라고 합니다. 아침뿐 아니라 점심과 저녁에도 스테이크를 먹었습니다. 삼시 세끼 스테이크를 먹는 고기 러버를 ‘three-times-a-day steak eater’라고 합니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 움직임이 둔했습니다. 욕조에 몸을 푹 담그고 쉬는 것이 취미였습니다. 욕조(tub)와 관련된 일화가 많은 대통령입니다. ‘Tubby Taft’(뚱보 태프트)가 별명이었습니다. ‘tub’에서 유래한 ‘tubby’(터비)는 욕조처럼 넓다는 뜻입니다. 과거 한국에서 ‘텔레토비’로 유명했던 영국 BBC 어린이 프로그램은 ‘텔레터비즈’(Teletubbies)가 원제입니다.
욕조에 들어가기는 쉬워도 나오는 것은 어렵습니다. 무거운 데다 물 때문에 미끄럽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즐겨 부르는 동시의 주인공까지 됐습니다. ‘President Taft Is Stuck In the Bath’(태프트 대통령 욕조에 처박혔다). 백악관은 특수 욕조를 제작했습니다. 파나마 운하를 시찰하러 갔을 때였습니다. 사기로 된 세로 2m, 가로 1m, 무게 1t짜리 특대형 욕조를 파나마 현지까지 공수했습니다. 얼마나 크고 무겁던지 ‘태프트 탱크’로 불렸습니다.
선거 유세에서 햄버거를 먹는 조지 H W 부시 대통령. 조지 H W 대통령 도서관 홈페이지
Nobody will notice.”
(아무도 모를 거야)바이든 대통령과 비슷한 초딩 입맛을 가진 대통령이 있습니다. ‘아버지 부시’로 통하는 조지 H W 부시 대통령입니다. 날카로워 보이는 인상과는 달리 군것질 대왕이었습니다. 아침 메뉴는 버터핑거 오트밀. 부인 바바라 여사가 원래 준비한 오트밀에 단맛을 내기 위해 초콜릿바 버터핑거를 섞은 것입니다.
주방장이 바바라 여사에게 들킬 것을 염려하자 부시 대통령은 이렇게 안심시켰습니다. 부모 몰래 나쁜 짓을 한 아이들이 흔히 하는 말입니다. ‘notice’는 원래 보다(see)라는 뜻에서 출발했습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것이라고 했지만 나중에 들통이 났습니다. 전화위복으로 미국인들의 별미 레시피가 됐습니다. 오트밀에 버터핑거를 부셔 넣고 전자레인지에 한 번 돌리기만 하면 됩니다.
부시 대통령은 크림 쇠고기(creamed chipped beef)도 즐겨 먹었습니다. 얇게 썬 훈제 쇠고기를 크림과 섞어 토스트 위에 얹어 먹는 것입니다. 1989년 미식축구팀 덴버 브롱코스가 워싱턴 레드스킨스와의 경기를 위해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였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브롱코스를 백악관 아침 식사에 초대해 크림 쇠고기를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아침에 먹기에는 부담이 되는 메뉴였습니다. 저녁 경기를 앞둔 브롱코스 선수들은 대통령 앞이라 할 수 없이 먹었다가 탈이 났습니다. 브롱코스의 유명 쿼터백 존 엘웨이는 결장하는 사태까지 빚어졌습니다. 브롱코스는 그날 경기에서 패했습니다. 이 사건 후 크림 쇠고기 얘기만 들어도 싫다는 엘웨이. “I’ve not had it since.”(이후로 그 음식에 손도 안 댄다)
명언의 품격
남북전쟁 때 율리시스 그랜트 장군. 그랜트 코티지 홈페이지
그랜트 장군은 덕장입니다. 남군의 사이먼 볼리바 버크너 장군과의 우정은 미국인들 사이에 널리 알려졌습니다. 둘은 젊은 시절 친구 사이였습니다. 웨스트포인트 사관학교에서 함께 훈련을 받았고, 미국-멕시코 전쟁에 함께 참전해 공적을 쌓았습니다. 남북전쟁에서 적이 됐습니다. 게티즈버그 전투와 함께 남북전쟁 최고의 전투로 꼽히는 포트 도넬슨 전투에서 각각 북군과 남군의 리더로 맞붙었습니다. 과감한 용병술의 그랜트 장군이 승리했습니다. 항복 협상이 열렸습니다. 버크너 장군은 그랜트 장군이 과거의 정을 생각해 너그러운 항복 조건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빨리 전쟁을 끝내야 했던 그랜트 장군은 냉정한 답신을 보냈습니다.
No terms except unconditional and immediate surrender can be accepted.”
(무조건적이고 즉각적인 항복 이외에 어떤 조건도 수용하지 않는다)‘unconditional surrender’(무조건 항복)라는 단어가 이때 생겨났습니다. 그랜트 장군의 별명이기도 합니다. ‘Unconditional Surrender Grant.’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의 무조건 항복을 요구하면서 “그랜트 장군에게서 영감을 얻었다”라고 밝혔습니다.
버크너 장군은 치욕적인 항복 조건을 수용했습니다. 대신 며칠 굶은 군인들을 위해 먹을 것을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북군도 먹을 것이 없었지만 그랜트 장군은 남군에게 이틀 치 식량을 내줬습니다. 무조건 항복을 요구한 미안함을 갚은 것입니다. 식량이라고 해봐야 오이와 커피가 전부였습니다. 피비린내 나는 포트 도넬슨 언덕에서 북군이 마련해준 식사를 남군이 먹는 장면은 미국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식사라는 평을 듣습니다. 나중에 그랜트 대통령 장례식에서 운구한 사람은 버크너 장군과 남군 군인들이었습니다. 20여 년 전 그랜트 장군이 마련해준 식사의 고마움을 잊지 않은 것입니다.
실전 보케 360
로절린 카터 여사 장례식에 참석한 전·현직 미국 퍼스트레이디들. 앞쪽부터 멜라니아 트럼프, 미셸 오바마, 로라 부시, 힐러리 클린턴 여사. 백악관 홈페이지
퍼스트레이디 선배인 힐러리 클린턴 여사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최근 출간된 네 번째 자서전 ‘Something Lost, Something Gained’(어떤 것은 잃고, 어떤 것은 얻고)에서 힐러리 여사는 멜라니아 여사에게 복잡한 감정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과격한 주장을 일삼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모자인지 피해자인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난해 멜라니아 여사가 로절린 카터 여사 장례식에 회색 코트를 입은 것에 쏟아진 비난은 지나치다는 것입니다. 장례식에 회색 디올 코트를 입은 멜라니아 여사는 “튀고 싶어 한다”라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힐러리 여사의 멜라니아 여사 변호입니다.
The Victorian-era tradition of donning black for funerals has gone the way of the edict against wearing white after Labor Day.”
(장례식 때 검은색 옷을 입는 빅토리아 시대 전통은 노동절 이후 흰색 옷을 입지 말라는 규칙과 비슷한 운명이다) 이 짧은 문장에 미국식 표현이 여러 개 나옵니다. 우선 ‘don black’에서 ‘don’(던)은 ‘옷을 입다’를 말합니다. ‘wear’와 같은 뜻입니다. 문장 뒤쪽에 ‘wear’가 나오니까 반복을 피하려고 ‘don’을 쓴 것입니다. 어떤 색깔의 옷을 입는다고 할 때 ‘wear white’ ‘don black’처럼 바로 색깔이 나오면 됩니다. ‘color’를 붙일 필요 없습니다.
‘go the way of’도 매우 미국적인 표현입니다. ‘go’(가다)와 ‘the way of’(길을)가 합쳐졌습니다. 앞서간 길을 따라간다는 뜻입니다. 비슷한 운명이라는 뜻입니다. 뒤에 ‘dinosaurs’(공룡)가 나오는 관용구가 있습니다. 공룡은 지금 시대에 없습니다. 사라질 운명이라는 뜻입니다. 레코딩 기술이 발전해 LP 음반이 사라질 운명에 처해있다고 할 때 이렇게 말합니다. ‘Vinyl records have gone the way of the dinosaurs.’(비닐 레코드는 공룡이 간 길을 따라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edict against white after Labor Day’는 미국 문화를 알아야 이해가 가능합니다. 9월 첫 번째 월요일인 ‘Labor Day’(노동절)는 미국인들에게 여름의 끝을 의미합니다. 동부 해안 휴양지에서 흰색 셔츠를 걸치고 느긋하게 여름 휴가를 보내던 뉴요커들이 다시 도시의 일상으로 복귀하는 때입니다. 노동절 이후에는 때가 잘 타는 흰색 옷을 입지 않는다는 전통을 ‘no white after Labor Day’라고 합니다. 개성의 시대가 되면서 지금은 거의 사라진 전통입니다.
‘edict’(이딕트)는 포고령을 말합니다. 장례식 의상은 검은색이어야 한다는 전통을 노동절 이후 흰색 옷을 입지 않는 전통에 비유해 케케묵은 발상이라고 비판한 것입니다. 장례식 때 멜라니아 여사 외에 검은색 옷을 입지 않는 인사들이 많았다는 사실도 덧붙였습니다. 로절린 여사 손자인 제이슨 카터는 회색 양복을 입고 조사를 낭독했고, 바이든 대통령도 군청색 양복을 입고 참석했습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1년 10월 25일 소개된 대통령이 좋아하는 음식(favorite food)입니다. 대선 시즌이 되면 언론이 자주 다루는 단골 소재가 있습니다. 후보가 좋아하는 음식입니다. 인간적인 면모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쁘게 유세 중이라는 사실도 잊고 좋아하는 음식을 한입 가득 베어 문 장면을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나옵니다.▶2021년 10월 25일자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11024/109886529/1
백악관 회의 중에 젤리빈을 먹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 홈페이지
I’ll have guacamole coming out of my eyeballs.”
(과카몰레가 눈에서 나올 지경이다)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좋아하는 음식은 나초. 튀기거나 구운 토르티야에 다양한 재료를 곁들여 먹는 것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과카몰레(guacamole)를 곁들여 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으깬 아보카도를 나초에 올려 먹습니다. 얼마나 좋아하는지 과카몰레가 눈에서 나올 지경이라고 합니다. ‘come out of eyeballs’(안구에서 나오다)는 과식을 했을 때 쓰는 표현입니다.
I might not be around if I hadn’t become a vegan.”
(만약 내가 엄격한 채식주의자가 되지 않았다면 오늘날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클린턴 대통령은 2010년 육류와 유제품을 끊고 ‘vegan’(비건)이 됐습니다. ‘vegetarian’(베지태리언)보다 높은 단계의 채식주의자를 말합니다. 2016년 부인 힐러리 여사의 대선 유세 때 레스토랑에 들러 샐러드를 시키면서 한 말입니다. ‘be’ 동사 다음에 ‘around’가 나오면 ‘부근에 있다’라는 뜻입니다. 삶의 부근에 있다는 의미에서 ‘살아있다’라는 뜻으로도 씁니다.
You can tell a lot about a fella’s character by whether he picks out all of one color or just grabs a handful.”
(젤리빈을 한 색깔만 골라 먹느냐, 그냥 되는 대로 한 움큼 쥐느냐를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다)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젤리빈(콩 모양의 젤리 사탕) 팬이었습니다. 백악관 책상 위에도 두고 에어포스원에도 두고 입이 심심할 때마다 먹었습니다. 레이건 대통령의 젤리빈 명언입니다. ‘handful’(핸드풀)은 ‘ful’이 들어가 형용사 같지만 명사입니다. ‘손에 한가득’이라는 뜻입니다. ‘양동이 한가득’이라는 뜻의 ‘bucketful’(버킷풀)도 명사입니다. 미국인들은 가장 행복한 상태일 때 ‘a bucketful of happiness’라고 합니다. 부모 말을 잘 안 듣고 수시로 장난치는 아이를 이렇게 말합니다. “He is a handful.” 손이 많이 가는 아이라는 뜻입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