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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증시 발빼는 외국인들… 두달새 10조 팔아치워

입력 | 2024-09-26 03:00:00

AI 등 혁신 부재로 이탈 가속
코스피 올들어 수익률 ―1.4%
G20 국가 중 16위 꼴찌수준




외국인투자가가 지난달부터 코스피에서만 10조 원 넘게 순매도하며 한국을 등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혁신 기업들이 출현하지 않는 데다 정부가 올해 초부터 야심 차게 밀어붙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도 크게 효과를 나타내지 못한 결과다. 코스피는 외국인들의 외면 속에 주요 20개국(G20) 증시 가운데서도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 외국인, 두 달 사이 10조 넘게 순매도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외국인투자가는 코스피에서만 5000억 원이 넘는 주식을 순매도했다. 지난달(2조8682억 원)에 이어 이달 들어서도 외국인들이 7조6000억 원 넘게 주식을 팔아 치우면서, 두 달도 채 되지 않는 기간에 10조 원 이상을 순매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한국거래소가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발표했지만 외국인들의 매도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으로, 25일 코스피는 오히려 전날 대비 1.34% 내린 2,596.32에 마감했다.

외국인투자가들은 올 7월까지만 해도 코스피에서만 총 24조 원 넘게 순매수하면서 국내 증시 상승을 이끌었다. 7월 한때 코스피가 2,900 선에 육박하기도 하면서 증권업계에서는 연내에 3,000 선을 돌파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제기됐다. 하지만 지난달 5일 아시아 증시를 덮친 블랙먼데이 이후 외국인투자가 매도세로 돌아서면서 한국 증시는 맥을 못 추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 구조가 외국인투자가들에게는 위험요소로 부각되며 한국 증시의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AI 등의 수혜를 본 혁신 기업이 부족한 것도 국내 증시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으로 꼽힌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경기 침체 위기가 커지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은 것 같다”며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할 수 있기 때문에 당분간 외국인투자가들이 보수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반도체 업황 둔화 전망도 외국인투자가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달부터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가장 많이 판 종목은 삼성전자로 24일까지 9조1198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SK하이닉스도 같은 기간 1조7737억 원어치를 팔아 치웠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외국인들이 반도체 관련주 위주로 팔고 있는데, 국내 증시에서 반도체 비중이 크다 보니 외국인이 더 빠져나가는 것처럼 보인다”고 전했다.

● 올해 코스피 수익률 ―1.4%… G20 중 16위

코스피의 부진은 올해 들어 상승세인 글로벌 증시와도 대조적인 모습이다. 코스피의 연초 대비 수익률은 24일 종가 기준 ―1.4%로 G20 가운데 16위에 머물고 있다. 아르헨티나 MERVAL지수(62.7%)와 튀르키예 ISE100지수(31.6%)가 1, 2위를 차지했다. 아시아권에서는 인도의 SENSEX가 17.5%로 4위에 올랐고 일본의 닛케이255(14.0%)도 6위를 차지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당분간 코스피 부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의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꺾였고, 핵심 수출 품목인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반등이 내년 2분기(4∼6월)나 돼야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