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지정 땐 해외 매각 승인 받아야 영풍 “최 회장 부적절 투자로 손해”
75년간 동업을 해온 영풍과 경영권 다툼 중인 고려아연이 자신들의 이차전지 원료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선정해 달라고 정부에 신청했다. 영풍과 손잡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확보하더라도 회사를 해외로 매각하기 어렵게 만들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고려아연은 산업통상자원부에 국가핵심기술 판정신청서를 전날 제출했다고 25일 밝혔다. 산업부에서 전문위원회를 개최하는 등 내부 절차를 밟아 추후 판정 결과가 나오게 된다.
고려아연이 국가핵심기술로 판정을 요청한 기술은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특허’다. 전구체는 전기차 배터리의 소재인 양극재의 원료가 되는 물질이다. 전구체를 만들 때 니켈이 어느 정도 들어가는지가 전기차 주행거리를 크게 좌우한다. 이때 전구체 내 니켈의 비중을 높일 수 있는 고려아연의 특허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 달라는 것이다.
그동안 고려아연은 MBK가 경영권을 가져가면 결국 다시 회사를 중국에 매각할 것이라 주장해 왔다. 이로 인해 글로벌 1위 비철금속 제련 업체인 고려아연의 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MBK 측에서는 “중국에 매각하는 일은 없다. 장기간 투자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영풍 측은 이날 고려아연 경영진에 대한 고소장을 검찰에 제출하면서 맞대응했다. 고려아연의 최윤범 회장과 노진수 전 대표이사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한 것이다. 최 회장이 중학교 동창이 운영하는 회사에 출자하는 등 부적절한 투자 결정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 영풍 측 주장이다.
이에 따라 영풍과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은 법정 싸움으로 확산하게 됐다. 고려아연의 계열사 영풍정밀도 20일 장현진 영풍 고문과 김광일 MBK 부회장 등 5명을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바 있다. 영풍이 MBK와 손을 잡는 과정에서 영풍이 갖고 있는 고려아연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MBK와 공동 행사하기로 한 것이 회사에 손해를 미쳤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