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가격급락→수요급증’ 반복… 중동-유럽 넘어 아프리카도 뒤덮어 “2030년 중반 세계 최대 전력생산원” 발전량 들쑥날쑥 한계 극복이 숙제… “전기 저장-운송 사업 폭발성장 전망”
글로벌 태양광 발전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패널 가격이 급락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 붐’이 일고 있다. 태양광이 재생에너지의 승리자로 부상하는 가운데, 에너지 저장·운송의 중요성은 한층 커진다.
● 세계 곳곳 ‘옥상 태양광’ 붐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선 건물 옥상에서 반짝이는 네모난 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주택·공장·병원·모스크 지붕을 덮은 건 중국산 태양광 패널. 전기요금이 3년 만에 두 배로 뛰자, 기업과 가정이 자체 태양광 발전에 나섰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 파키스탄이 중국에서 수입한 태양광 패널 발전 용량은 13GW. 이 나라 공식 발전 용량(46GW)의 28%를 6개월 만에 추가했다.
5억 명이 전기를 쓰지 못하는 아프리카에서 태양광 발전은 싸고 안정적인 해결책이다. 수시로 정전에 시달리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선 옥상 태양광 설치 용량이 2년 만에 5배로 급증했다. 비상용 디젤 발전기와 손전등을 이제 저렴한 태양광 패널이 대체한다.
● W당 0.1달러로 떨어진 패널 가격
현재 전 세계 전력 중 태양광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6%. 석탄·가스는 물론이고 원자력·수력·풍력보다 아직 비중이 작지만 성장 속도만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지난해 전 세계에 새로 추가된 태양광 설치 용량은 444GW로 전년보다 76%나 급증했다. 블룸버그NEF는 올해 태양광 신규 용량이 592GW로 지난해보다 33%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예측하지 못했던 기록적인 성장세다.
이런 폭발적 성장이 가능한 건 태양광 패널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태양광 패널 가격은 1년 만에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요즘 중국에선 W당 가격이 0.1달러에도 못 미친다. 10년 전의 10분의 1, 40년 전과 비교하면 100분의 1 수준이다.
그 배경엔 중국의 심각한 과잉 공급이 있다. 폴리실리콘 시장의 96%를 차지한 중국 기업들이 증설을 멈추지 않는다. 지난해 210만 t으로 이미 수요를 초과한 중국의 폴리실리콘 생산 능력은 2026년엔 700만 t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태양광 패널로 환산하면 연 3500GW어치에 달한다.
이에 따라 태양광이 에너지원 경쟁에서 승리를 굳혀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 중반이면 태양광이 전 세계 전력 생산의 최대 에너지원이 된다고 내다본다.
● 커지는 에너지 저장 시장
최근엔 중동(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과 인도처럼 땅 넓고 일조량 풍부한 나라들이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 건설에 나서면서 성장 속도가 더 빨라졌다. 농사지을 땅이 부족한 동남아시아에서는 호수에 패널을 띄우는 ‘부유식 태양광 발전’이 각광받는다.
태양광의 결정적인 한계는 발전량이 들쑥날쑥한 간헐성이다. 태양광 발전량이 늘어날수록 밤에 부족한 전기 또는 낮에 남아도는 전기가 큰 문제다. 그만큼 전기를 저장·운반하는 사업이 중요해진다.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호주-아시아 파워링크’이다. 4300km짜리 해저케이블을 이용해 호주 사막에서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싱가포르에 수출하겠다는 계획이다.
한애란 기자 har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