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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은행점포… 대안 논의는 지지부진[금융팀의 뱅크워치]

입력 | 2024-09-26 03:00:00

편의점 등 ‘은행대리업’ 쟁점으로
당국 “법개정 사안… 신중 검토”




집 근처 은행 점포가 사라져 당황스러웠던 경험, 다들 해보셨을 겁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거래가 늘면서 점포 감소세가 더욱 빨라졌는데요.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면서 올해 국정감사에서 ‘은행대리업’이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은행대리업은 편의점이나 항공사 등 은행이 아닌 제3자가 은행 업무를 대리하는 것을 말합니다. 은행이 낮은 비용으로 오프라인 영업 채널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점포 축소에 대응할 방안으로 꼽힙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은행대리업 도입을 올해 국정감사 주요 이슈 중 하나로 제시한 이유입니다.

대형 은행들이 1995년부터 점포를 줄여 온 일본은 2002년 일찌감치 은행대리업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방글라데시, 말레이시아 등 일부 개발도상국도 은행대리인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사실 국내에서 은행대리업 도입에 대한 논의는 처음이 아닙니다. 금융당국은 2020년부터 관련 내용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왔는데요. 현재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을 포함한 8개 은행 고객들은 우체국에서 입·출금 및 조회 업무, 자동화기기(ATM)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데, 앞으로는 예·적금 계좌 개설이나 대출까지 허용하는 방안을 살펴보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7∼9월)까지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겠다던 금융위원회는 여전히 뚜렷한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 대리업자에 대한 규제, 인허가 조건, 소비자 피해에 따른 법적 책임 분담 등에 대해 구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은행권에서는 제도의 효과를 두고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미 비대면 서비스 등 업무 디지털화를 통해 오프라인 점포 감소에 대응하고 있는데, 굳이 다른 업종에 리스크를 감수해 가며 금융 서비스를 맡길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죠.

금융당국은 법 개정 사안인 만큼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금융위 측은 “긍정적으로 보고는 있지만, 도입 계획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해외 사례 등을 다각도로 살펴 제도 개선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