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와 만찬을 마친 후 기념 촬영을 갖고 있다. 2024.9.24.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의 그제 회동이 김건희 여사 논란과 의정 갈등 등 핵심 현안에 대한 아무런 대화 없이 ‘밥만 먹은 만찬’으로 끝났다. 90분간 진행된 야외 만찬에서 윤 대통령은 체코 원전 수출 성과 등에 대해 사실상 혼자 얘기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한 대표는 인사말도, 건배사도 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앞서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요청했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대통령실과 신경전을 벌였던 한 대표는 만찬 뒤 추후 독대 자리를 잡아 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확답을 주지 않았고, 재요청 사실이 곧바로 언론에 보도된 것을 두고 불쾌해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정 화합을 위한다던 용산 만찬은 결국 윤 대통령실과 한 대표 간 불신의 골만 더 키운 자리가 됐다. 내키진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밥 먹는 모양새라도 갖추자는 이번 만찬에선 “김건희의 ‘김’자도, 의료의 ‘의’자도, 민생의 ‘민’자도 안 나왔다”는 것이 참석자의 전언이다. 꼬일 대로 꼬인 국정의 한복판에서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어렵게 만난 자리가 이렇게 끝났다니 허탈할 뿐이다.
이번 만찬은 그간 수면 아래서 끓고 있던 갈등이 본격 분출하는 기폭제가 된 양상이다. 대통령실 내에선 지지율이 떨어진 대통령과 차별화하려는 듯한 한 대표의 행보를 두고 “속 좁고 교활하다”는 비판이 나왔고, 당내 친윤계는 “대통령과의 차별화로 자기 정치만 하려 한다”고 한 대표를 직격했다. 반면 친한계 의원은 “용산이 구중궁궐에 갇혀 있으니 어느 것 하나 해결될 기미가 안 보이고, 김건희 여사 문제가 계속 터지는 것”이라고 대통령실을 정면 겨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