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 내막세포 비정상적으로 증식… 호르몬 불균형-비만 등 위험 요인 기저질환있고 수술 후 합병증 우려 개복 대신 로봇수술로 절개 최소화 비만 환자 위한 최신 장비 큰 도움
인하대병원 산부인과 선기은 교수(오른쪽)가 자궁내막암 수술을 받은 김희영(가명) 씨의 치료 경과를 살펴보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김희영(가명·33) 씨는 올해 1월 질 출혈이 일어나 인근 종합병원을 찾았고, 자궁내막암을 진단받았다. 종합병원은 김 씨와 보호자에게 수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씨는 몸무게는 135㎏에 달하고 체질량지수(BMI)도 55를 넘는 ‘초고도비만’ 상태였다. 여기에 고혈압, 당뇨 등 질환도 있어 수술 후 합병증은 물론 자칫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 의료진 의견도 나왔다.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은 김 씨는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보기 위해 스스로 퇴원했다.
이후 좀 더 정확한 진단을 위해 인하대병원을 찾은 김 씨는 산부인과 선기은 교수를 만났다. 선 교수는 김 씨의 상태를 고려하더라도 수술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김 씨가 여러 질환을 앓고 있어 수술 위험도가 높고 수면무호흡증까지 있어 마취 과정에서 심각한 위험이 예상되지만, 암이 진행되면 치료가 어렵고 생존율도 낮아진다고 판단한 것이다.
선 교수는 김 씨의 기저 질환에 따른 출혈과 회복 등을 고려해 개복 수술이 아닌 절개를 최소화하는 다빈치 Xi를 활용한 로봇 수술을 선택했다.
수술은 쉽지 않았다. 보통 수술은 마취까지 합쳐 3시간 정도 걸리지만, 김 씨의 경우 마취에만 3시간 이상 소요됐고 전체 수술에는 6시간 30분이 걸렸다.
다행히 수술 중 출혈량은 매우 적었다. 일부 합병증이 발생했지만 신속하게 대처해 빠르게 회복했다. 김 씨는 수술 후 조직검사에서 암 초기로 판명됐지만, 추가적인 항암 치료는 필요하지 않았고 정기적인 외래 추적 관찰만으로도 관리가 가능한 상태다.
선 교수에 따르면 자궁내막암은 자궁 내막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해 발생하는 암으로 비만은 자궁내막암의 주요 위험 요인 중 하나다. 자궁내막암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호르몬 불균형이나 비만, 만성질환 등이 연관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정상적인 질 출혈이 가장 흔한 자궁내막암의 증상이다.
초고도비만 환자의 경우 치료는 더욱 어렵다. 초고도비만 환자는 고혈압, 당뇨, 수면무호흡증 등 기저 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수술 중이나 수술 후 합병증 발생 위험이 크다. 또 마취 중 기도 관리가 어려울 수 있어 경험이 많은 마취과 의사와의 협력이 필수다. 최신 로봇 수술 장비와 수술 기구도 확보해야 한다.
김 씨의 경우 수술 시 사용하는 기구도 외국에서 사용되는 고도비만 환자를 위한 기구들을 이용했다. 이러한 최신 장비는 고도비만 환자의 수술에서 정밀도와 안전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초고도비만 환자는 일반 환자와 다른 신체적, 생리적 특성이 있어 맞춤형 치료 계획이 필요하다. 숙련된 전문의에게 진료받아야만 환자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최적의 수술 방법과 치료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선 교수는 “초고도비만 환자의 자궁내막암 수술은 단순히 암을 제거하는 것 이상으로 신중하고 정밀한 수술이 필요하다”며 “이번 수술은 보기 드문 사례이고 매우 중요한 성과인 만큼, 앞으로 비슷한 환자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