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양해진 유산 기부 방식 청소년기에 생업 전선 뛰어들어… 1995년부터 100억 원 이상 기부 “교육에 써달라” 사망 보험금 기탁 유산기부 사례 접하며 곳곳서 동참… 부동산-증권 등 자산 형태 다양
지난해 ‘경기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의 날’ 행사에서 박종옥 서원콤프레샤 대표(왼쪽)가 아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1억 원 이상 고액 기부자들의 모임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지난해 세상을 떠나면서 약 1억5000만 원을 유산 기부한 고 황금선 씨의 조카들이 대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마련된 ‘아너 소사이어티’ 명예의 전당에서 황 씨의 명패를 가리키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학생들이 돈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해서 기부를 결심하게 됐습니다.”
박종옥 서원콤프레샤 대표(62)는 자신이 세상을 뜬 뒤 받게 될 사망 보험금 약 3억6000만 원을 유산 기부하기로 결정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유산 기부란 사후에 남겨질 재산이 공익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미리 비영리기관이나 복지단체, 재단 등에 기부하는 것이다. 그는 2006년 보험금을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모금회)에 맡기겠다고 서약하고 교육을 위해 써 달라고 했다.
● 부동산-주식-보험금 등 유산 기부
박 대표는 2012년 경기 용인시 최초로 아너 소사이어티(1억 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에 가입했다. 아버지와 아내, 두 명의 자녀도 모두 기부에 동참해 ‘패밀리 회원’이 됐다. 지난해 경기 지역 최초로 사랑의열매 나눔명문기업 골드 회원(5억 원 이상 기부자)이 되기도 했다. 박 대표는 “1995년부터 나눔 활동을 하면서 지금까지 100억 원 이상을 기부했다”며 “사업이 어려울 때도 기부를 포기할 순 없었다”고 했다.
지난해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 김현화 씨는 순금 130돈(487.5g)을 남겼다. 남편 손전헌 씨는 이 금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달라고 모금회에 맡겼다. 손 씨는 “유산이 좋은 일에 쓰여 아내가 하늘에서 기뻐하길 바란다”고 했다.
2005년부터 시작된 모금회의 유산 기부는 부동산 기부로 출발해 2012년 보험 기부, 2014년 증권 기부 등의 형태로 확대됐다. 현재는 다양한 형태의 유산 기부를 받고 있다. 모금회에 따르면 올해까지 부동산 38건, 증권 4건, 보험 11건 등 총 58건의 유산 기부가 진행됐다.
● ‘기부에서 기부로’ 선순환 이어져
김성모(가명) 씨도 2016년 유산 기부에 동참했다. 그는 과거 모금회로부터 경제적인 지원을 받아야 할 정도로 생계가 어려웠다. 사망 보험금 수익자를 모금회로 설정한 후에도 매월 1만 원씩을 기부하고 있다. 그는 “일상을 회복할 수 있게 해줬던 고마움에 기부에 참여하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지난해 세상을 떠나면서 약 1억5000만 원을 유산 기부한 고 황금선 씨의 조카들은 고인의 영향을 받아 유산 기부를 고민하고 있다. 조카 조영복 씨(78)는 “저를 포함해 조카들도 고인의 뜻을 이어받아 기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며 “고인의 기부 관련 얘기를 주변에서 할 때마다 정말 자랑스럽다”고 했다.
유산 기부는 크게 3가지 방법으로 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방식은 유언을 공정증서에 남겨 기부를 약정하는 것이다. 사망 보험금 등의 보험 수익자를 기부단체로 지정하거나 금융사에 신탁해 수익자를 기부단체로 지정할 수도 있다. 유산 기부를 하면 상속세와 증여세 절감도 가능하다. 김병준 모금회 회장은 “유산 기부에 동참해 이웃 사랑을 전한 고인의 숭고한 의지를 기리기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