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北, 韓에 미사일 위협-대선앞 美엔 핵 과시… 동맹 갈라치기 전략”

입력 | 2024-09-26 03:00:00

[화정평화재단 38차 한미국제안보회의]
“北, 러의 우크라戰 핵 위협 모방… 美에 한반도 불개입 압박 높일수도
北 젊은 세대에 국제정세 각성시켜… 선통일 후비핵화 방식도 고려할만”
한미동맹 발효 70주년, 북핵위험 대응
한미안보연구회 공동 주최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북한이 우라늄 농축 시설을 최초로 공개하는 등 핵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전술핵탄두 소형화·표준화에 성공한 북한은 여차하면 대남 실전 핵 타격에 나설 수 있다며 핵 압박도 이어가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 대선을 전후해 조만간 7차 핵실험 버튼을 누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25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내 로얄파크 컨벤션에선 제38차 한미 국제안보학술회의(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 한미안보연구회 공동 주최)가 열렸다. 한미 외교 안보 전문가들은 북한의 노골적인 핵 위협 의도 및 배경, 한미의 북핵 대응 전략 등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이사장 현인택)과 한미안보연구회(회장 김병관)가 공동 주최한 한미국제안보학술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25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로얄파크 컨벤션에서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경석 인천대 교수, 데이비드 맥스웰 아시아태평양전략센터 부회장,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 버나드 샴포 전 미 8군 사령관, 니컬러스 에버스탯 미국 기업연구소 정치경제학 석좌연구원, 박철균 글로벌국방연구포럼 안보전략센터장, 정일화 전 한국일보 워싱턴 특파원.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2035년에 북한 핵무기는 200여 개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야욕을 저지하지 못한다면 한반도는 핵 위협에 더욱 심각하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화정평화재단 이사장인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은 ‘혈맹(血盟)’의 근간인 한미상호방위조약 발효 70주년인 올해 한미 동맹이 만만찮은 ‘새로운 도전’을 맞이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도 이날 보내온 축사에서 “북한은 올해만 16차례 미사일을 발사하고 오물·쓰레기 풍선을 살포하는 저급한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면서 한반도 안보 정세가 매우 엄중하다고 강조했다.

● “北, 南 위협 집중… 한미 갈라치기 전략”

정보당국은 최근 북한의 전술핵탄두 ‘화산-31’이 한국을 겨냥한 신형 미사일 대부분에 탑재될 수 있을 정도로 고도화됐다고 평가했다. 버튼만 누르면 발사 가능한 단계가 머지않았다는 것. 군 당국에선 고농축우라늄(HEU) 제조시설을 앞서 13일 처음 공개한 북한이 전술핵탄두 능력 등을 검증하기 위해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기류를 반영하듯 한미 전문가들은 이날 북한이 군사적 긴장을 고조한 배경에 주목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미 본토 타격 무기를 꺼내 들지 않으면서도 우라늄 농축 시설은 공개했다”며 “이는 자신들이 핵물질을 더 생산해 늘릴 수 있으니 미국이 나서서 말리란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미 대선 이후 북-미 협상판에 마주 앉을 것을 염두에 두고 미 측에 핵 군축 협상에 나서야 할 것이란 메시지를 먼저 던졌다는 의미다. 박 교수는 “한국엔 대남 타격 무기를 꺼내 위협하고 미국엔 핵 잠재력만 보여주는 식으로 (한미) 동맹을 갈라치기 하려는 북한의 의도를 정확히 읽고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핵이 최종 완성될 경우 한미 동맹에 균열이 생길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프레드릭 빈센조 미 애틀랜틱카운실 선임연구원은 “북핵이 완성돼도 미국이 한반도 문제에서 완전히 발을 빼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북핵에 대한 한미) 대응은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김 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 사용 위협 전략을 쓰는 모습을 보며 잘못된 학습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도 했다. 러시아는 미국 등 서방 국가가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을 지원하는 등 자신들의 ‘레드라인’을 넘을 경우 핵 사용까지 불사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이를 모방해 미국에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지 말라며 핵 위협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 “선통일-후비핵화 발상 전환도 필요”

이경석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해 북핵에 대응한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 강화 공약을 명문화한 ‘워싱턴 선언’이 발표됐음에도 확장억제에 대한 의구심이 잔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가 워싱턴 선언으로 굳건한 동맹 관계를 확인했지만 확장억제 공약 자체가 일반 국민에겐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라는 것. 이 교수는 “미국이 역사상 유례없는 방식으로 확장억제를 강화해야 국내 핵무장론도 잠잠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니컬러스 에버스탯 미 기업연구소 석좌연구원은 한미 동맹을 균열시킬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로 한국의 인구 문제를 지목했다. 그는 “한국의 인구 급감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영향을 미치고 핵무장론도 확산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병력이 부족해지면 주한미군이 더 많은 분담금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지고, 그럴 경우 한국 내에선 줄어든 병력을 핵으로 대체하자는 핵무장론이 부상해 한미가 갈등을 겪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미가 남북통일부터 이끌어낸 뒤 비핵화를 추진하자는 북핵 대응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데이비드 맥스웰 미 아태전략센터(CAPS) 부회장은 “한미는 북한 사회로 정교한 정보를 유입해 주민들을 각성시켜 통일을 유도한 뒤 비핵화를 이루는 식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철균 글로벌국방연구포럼 안보전략센터장은 “김정은 정권에 대한 충성심이 약한 젊은 장마당 세대를 겨냥해 정확한 바깥세상 실정을 알려줘 내부에서부터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학술회의 참가자 명단◆개회사

김병관 한미안보연구회 공동회장(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버나드 샴포 한미안보연구회 공동회장(전 미 8군 사령관)

◆축사

현인택 화정평화재단 이사장(전 통일부 장관)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

◆패널토의1(사회: 버나드 샴포 전 미 8군 사령관)

▽발표자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

△데이비드 맥스웰 아시아태평양전략센터 부회장

△이경석 인천대 교수

△니컬러스 에버스탯 미국 기업연구소 정치경제학 석좌연구원

▽토론자 △박철균 글로벌국방연구포럼 안보전략센터장(큐심플러스 최고 네트워킹 책임자)

△정일화 전 한국일보 워싱턴 특파원

△프레드릭 빈센조 미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

◆오찬연설

김용현 국방부 장관(곽태신 국방부 방위정책관 대독)

◆패널토의2(사회: 김재창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발표자 △설인효 국방대 교수

△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

△프레드릭 빈센조 미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

▽토론자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

△최승우 서울안보포럼 북핵대응정책센터장

△데이비드 맥스웰 아시아태평양전략센터 부대표

◆패널토의3(사회: 허남성 국방대 명예교수)

▽발표자 △로버트 콜린스 북한인권위원회(HRNK) 선임 고문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

▽토론자 △인지연 북한인권개선과자유통일을위한모임(NANK) 대표

△니컬러스 에버스탯 미국 기업연구소 정치경제학 석좌연구원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