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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옥죄기” 상법 논란에도… 野 “단독 처리도 불사” 강행 태세

입력 | 2024-09-26 03:00:00

이사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도 포함
“이번 회기 내 통과 목표” 與 압박
재계 “불필요한 소송전 난무 우려”
한경협 “상법 교수 63% 개정 반대”




더불어민주당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논의를 고리 삼아 “주식시장 활성화가 필요하다”며 상법 개정안 처리에 본격적인 속도를 내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재계가 “기업 경영 활동을 지나치게 옥죄는 법안”이라고 거세게 반대하는 등 상법 개정을 둘러싼 비판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국회 단독 처리도 불사하겠다”며 입법 강행에 나선 것이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 의장은 25일 통화에서 “전날 금투세 토론회에서 모인 총의를 바탕으로 상법 개정안을 담은 ‘코리아 부스트업 5대 프로젝트’를 당론으로 채택해 정기국회 내에 통과시키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금투세 관련 비판을 피하기 위해 연막작전을 펴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 추진이 정기국회의 핵심 뇌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민주 “정기국회 내 통과, 단독 처리도 검토”


민주당이 추진하는 코리아 부스트업 5대 프로젝트의 핵심은 382조 3항에 명시된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하는 것이다. 경영진이 소액 주주의 손해를 무시한 채 최대 주주의 이익만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회사를 운영하지 못하도록 법적으로 막겠다는 취지다. 이재명 대표도 21대 국회부터 이사 충실 의무 강화를 주장해 왔다.

정책위 핵심 관계자는 “이미 발의된 법안을 종합해 당론 법안으로 만들고 있다”며 “여당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강행 처리라도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당론 법안에는 △독립이사 선임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대기업 집중투표제 활성화 △전자주주총회 의무화 등도 담길 예정이다.

당 소속 의원들도 목소리를 높였다. 당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는 이날 “국정감사(다음 달 7일 시작) 전에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확정하고 소관 상임위 심사와 여야 협상에 본격 착수해야 한다”고 했다. 오기형 김남근 의원 등이 주도하는 ‘경제개혁 의원모임’도 전날 “정기국회에서 기업지배구조 정상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완수해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상법 개정안 처리를 통해 금투세 내전을 수습하고, 여권 분열을 시도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법무부 장관 시절 상법 개정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다만 대표실 관계자는 “한 대표가 당 대표 취임 후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고 했다. 한 대표 외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사의 충실 의무에 대한 상법 개정 필요성을 적극 제기해 왔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여권 내에서도 상법 개정에 대한 입장이 각기 다른 상황이라 충분히 압박할 만한 상황”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금투세 당론이 유예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는 분위기인 만큼, 상법 개정안을 통해 당내 금투세 시행론자들의 반발을 달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재계 “소송 난무할 것”, 학계 “과도한 규제”

재계는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것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소액주주와 행동주의 펀드 등의 소송 증가가 적극적인 경영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재계 관계자는 “미래를 내다보고 진행하는 공격적 투자에 대해 ‘실익이 없다’면서 소액 투자자들의 소송전이 난무할 수 있다”며 “지금 한국을 먹여 살리는 반도체, 배터리 모두 막대한 손실 위험 부담을 안고 뛰어든 결과인데, 단기 주가에 밀려 이 같은 공격적 투자가 밀릴 것”이라고 토로했다. 앞서 6월 한국경제인협회 등 주요 경제단체 8곳은 상법 개정 계획에 반대하는 공동건의서를 정부와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학계에서도 “과도한 규제”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25일 한국경제인협회가 전국의 법학전문대학원 및 대학교 법학과 상법 전공 교수 13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 99명 중 62.6%가 개정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응답자의 65.7%가 상법 개정안이 기업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김성모 기자 mo@donga.com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