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곳중 14곳, 의사 정원 못채워… 속초 등 20곳 32개 진료과 휴진 작년 당기순손실 3156억원 기록… 의료공백 장기화 상황 제역할 못해 “공공 투자 강화해 우수인력 유치를”
공공병원인 지방의료원이 의사 부족과 재정난으로 일부 진료과를 폐쇄하는 등 제 기능을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공백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소외지역에 필수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공공의료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지방의료원 40% “의사 정원 미달”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지방의료원 35곳 중 14곳(40%)은 의사 정원을 채우지 못한 상태였다. 충남에 있는 천안의료원은 36명 정원에 30명이, 서산의료원은 42명 정원에 36명이 근무 중이다. 경기 성남시의료원의 경우 정원은 99명인데 절반에 가까운 45명(45.5%)이 공석이다.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사 채용도 쉽지 않아 간호사가 정원에 못 미친 곳이 24곳(68.6%)에 달했다.
● 환자 감소가 경영 악화로 이어져
현장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거치면서 지방의료원 기능이 급격히 약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주민 이용이 줄었는데 이후에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국 지방의료원의 병상 가동률은 2019년 80.5%에서 지난해 6월에는 46.4%로 떨어졌다. 환자 감소는 경영 악화로 이어져 지방의료원 35곳은 지난해 당기순손실 총 3156억 원을 기록했다. 비수도권 인구 감소, 지방의료원의 경쟁력 부족도 이용률 저하의 원인으로 꼽힌다.
환자들에게 외면받다 보니 7개월 넘게 이어지는 의료공백 사태에도 제 역할을 못했다. 정부가 약 400억 원을 편성해 공공병원 운영시간을 연장했지만 이용자는 병원당 하루 평균 5.5명(2월 23일∼7월 7일)에 그쳤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방의료원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어렵다”며 “심뇌혈관 질환, 외상 등 응급서비스와 출산·재활·노인 의료 등 필수의료를 지역에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지방의료원 병상 규모를 키우고 기능을 보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