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오페라 양쪽에서 전설적 업적을 남긴 프랑코 체피렐리 연출의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는 체피렐리의 사후에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와 아레나 디 베로나 등 전세계 무대에서 거듭 공연되고 있다. 10월 서울 KSPO 돔 공연에서도 체피렐리 연출판이 사용된다. 2022년 아레나 디 베로나에서 공연된 체피렐리판 ‘투란도트’. 아레나 디 베로나 홈페이지
10월 12~19일 서울 잠실 올림픽체조경기장(KSPO돔)에서 공연되는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 현장 연출을 맡은 오페라 연출가 스테파노 트레스피디는 이렇게 전했다. 2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투란도트’ 제작발표회에는 그와 이번 공연 제작을 맡은 솔오페라단의 이소영 단장, 에밀리 가토 주한 이탈리아 대사, 미켈라 린다 마그리 주한 이탈리아 문화원장, 투란도트 역으로 출연하는 소프라노 전여진이 참석했다.
2019년부터 아레나 디 베로나 축제 부예술감독으로 재직 중인 트레스피디 연출은 “내가 집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낸 아레나 디 베로나의 오페라를 한국에 가져오는 게 첫 번째 뜻 깊은 일이지만 전설적 연출가 프랑코 체피렐리(1923~2019)의 작품을 공연하는 것도 내게 뜻 깊은 일”이라고 말했다. “변호사로 살던 내 인생을 바꾼 게 1995년 아레나 디 베로나에서 그를 만난 일이었죠. 한국 관객들도 이번 공연을 ‘입을 벌린 채’ 감동해서 보시게 될 겁니다.”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아레나 디 베로나 투란도트 내한공연 제작발표회에서 참석자들이 이번 공연의 의미와 감상 포인트를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미켈라 린다 마그리 주한 이탈리아 문화원장, 에밀리 가토 주한 이탈리아 대사, 이소영 솔오페라단 단장, 스테파노 트레스피디 아레나 디 베로나 축제 부예술감독, 투란도트 역 소프라노 전여진. 솔오페라단 제공
트레스피디 연출은 “체피렐리는 연출가에 그치지 않고 무대 미술과 조명 등 무대 전체를 진행하고 운영했다”고 전했다. “아레나 디 베로나에서 그가 비제 ‘카르멘’ 무대를 설치하는 걸 봤는데, 다리가 불편했던 체피렐리는 45m 높이의 꼭대기를 올려다보다 ‘나를 저기 올려달라’고 말하는 거예요. 결국 올라가서 모든 무대를 하나하나 칠하셨죠.”
이번 공연은 아레나 디 베로나 축제 음악감독인 다니엘 오렌이 지휘를 맡고 소프라노 올가 마슬로바, 옥사나 디카, 전여진이 타이틀롤인 투란도트 공주로, 테너 마틴 뮐레와 아르투로 차콘 크루즈가 칼라프 왕자 역을 노래한다.
전여진은 “올해 아레나 디 베로나 축제에서 ‘투란도트’를 노래하기로 캐스팅되어 6월까지 연습을 마쳤는데 몸에 이상이 생겨 출연하지 못했다. 아쉬웠는데 이번 뜻 깊은 아레나 디 베로나의 한국 합작 공연에 출연하게 되어 너무나 감사하다”고 전했다. 가토 대사와 마그리 문화원장은 “올해는 푸치니 서거 100주년이자 한국-이탈리아 수교 140주년이 되는 해다. 이런 뜻 깊은 행사를 통해 양국 국민이 서로의 문화를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 바라며 한국의 오페라도 이탈리아를 비롯한 해외에서 자주 공연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