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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기획자의 탄생] ‘기획’ 연재를 시작하며…

입력 | 2024-09-26 16:20:00


요즘 IT 기획자는 여러 기업이나 조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이따금씩 그들의 가치가 과소평가되곤 합니다. 이들은 시장을 분석하고, 기술적 통찰을 바탕으로 차별된 전략을 수립하며, 제품 개발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변화를 파악해 적절한 결정을 내립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이런 기획자를 단순히 서류 작성과 설득에 능한 사람 정도로 여깁니다. IT 기획자의 진정한 역할을 오해하는 잘못된 시각입니다.

기획자가 개입된 제품은 그들의 선택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제품 기획에서 기획자가 둥근 모서리를 선호한다면 디자인에 그 선호가 반영될 것이고, 각진 디자인을 원하는 기획자라면 또 다른 차별된 제품을 만들어냅니다. 따라서, 기획자의 통찰력은 제품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그들이 내리는 선택 하나하나가 시장 경쟁력을 결정하기 때문이죠.

출처=픽사베이

그럼에도 대부분의 스타트업, 중소기업 현업에서는 이 기획자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듯합니다. 기획자 찾기가 어렵기도 하고, 기획자 고유 역할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개는 사내에 기획팀이 있긴 하지만, 그 역할은 프로젝트 관리(PM)나 경영지원, 단순 문서 작성으로 한정되곤 합니다. 이로 인해 기업 대표가 기획자 역할을 대신하기도 하는데, 대표와 기획자의 역할은 분명하게 다릅니다. 대표가 기획의 전문성과 경험을 모두 갖추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뿐더러, 사내에 유능한 인재가 있더라도 그들이 기획자로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과 지원도 매우 부족한 실정입니다.

이는 민간 기업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정부 기관이나 R&D 관련 협의체도 유사합니다. 정부 주도 기획 회의에서는 기획 전문가보다 교수, 대기업 임원, 중소기업 대표들이 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이들이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겠지만, 종종 글로벌 경쟁력을 위한 차별된 전략과 기획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들은 가끔 고리타분한 논의만 반복할 뿐, 창의적, 실질적인 전략을 세우는 데는 기획 전문가보다 부족할 수 있습니다. 기획자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그들의 전문성을 인정하는 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정부 차원에서도 기획자의 역할을 재평가하고 육성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기획자는 단순한 서류 작성자가 아니라,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장을 분석하고 전략을 수립해 국가의 IT 경쟁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인재입니다. 이들의 역할을 제대로 평가하고 인정해야 하며, 특히 R&D 과제나 정책 기획에서는 기획 전문가들이 더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좀더 나은 방향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프로젝트가 탄생할 수 있습니다.

결국 기획자의 중요성을 제대로 평가하고, 이들의 전문성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를 먼저 만들어야 합니다. 기획자는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핵심 요소일 뿐 아니라, 국가의 R&D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중추적인 역할을 합니다. 기획자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킬 때입니다. IT 기획자는 그저 멋진 발표 자료를 만드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들은 시장을 움직이고 기업과 산업의 생태계를 이끄는 진정한 숨은 조력자입니다.

이번 컬럼을 시작으로, IT 기획자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연작으로 깊이 있게 다룰 예정입니다. 첫 컬럼에서는 기획 없는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이유에 대해서 살펴보고, 이어지는 내용에서는 정부 R&D, 왜 기획자가 필요한지에 대해, 그리고 그들이 기업 및 국가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봅니다. 각 컬럼에는 기획자의 관점에서 다양한 주제와 내용이 포함되며, 기획자의 진정한 가치를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둘 것입니다. 이를 통해 IT 기획자의 전문성이 인정받는 분위기가 조성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글 / 김세호

인공지능 분야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국내 한 대기업에서 15년 간 개발/기획/전략 분야에 재직하며 IT기획 분야 전문성을 쌓았다.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 육성하는 전문가/컨설턴트로도 활동 중. 대표 저서로 ‘대기업 기획자의 고백(2021)’, ‘머니보트(2024)’가 있다.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