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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g 안경에 스마트폰 기능이 다… 메타, AR기기 ‘오라이언’ 공개

입력 | 2024-09-27 03:00:00

헬멧-고글형과 달리 안경처럼 쓰고… 눈과 손, 마우스처럼 활용해 조작
“스마트폰 다음의 디바이스 될 것”
무게 가벼워 상용화 단계 도달 평가… 제작 단가 높아 가격 해결 관건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25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 본사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커넥트 2024’에서 증강현실(AR) 안경 ‘오라이언’을 착용한 모습. AP 뉴시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메타)이 안경처럼 쓰는 증강현실(AR) 기기를 공개했다. 애플, 구글과의 AR 경쟁에서 선두 자리를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메타는 25일(현지 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 본사에서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커넥트 2024’를 열고 차세대 AR 스마트 안경 ‘오라이언(Orion)’ 시제품을 선보였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직접 무대에 올라 “오라이언이 스마트폰 다음의 컴퓨팅 디바이스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꺼운 검은색 뿔테 안경을 닮은 오라이언을 착용하면 문자메시지는 물론이고 화상 통화, 유튜브 동영상까지 볼 수 있다. 안경에 장착된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프로젝터가 렌즈에 3차원(3D) 홀로그램 이미지를 투사시켜 AR을 구현한다. 오라이언은 지금까지 나온 스마트 안경 중 가장 큰 70도의 시야각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오라이언은 안경과 근전도 손목 밴드, 무선 컴퓨팅 퍽 등 세 가지로 구성된다. 안경에 내장된 카메라가 눈의 움직임을 추적한다. 근전도 밴드는 신경 신호를 해석해 이용자의 손동작을 파악한다. 이를 통해 눈과 손을 마우스처럼 활용할 수 있고 손가락을 모아 클릭하는 것이 가능하다. 퍽은 배터리를 개선하고 발열을 줄이기 위해 분리된 무선 컴퓨터로 두 개의 반도체가 탑재돼 스마트 안경의 연산을 처리한다.

오라이언은 메타 인공지능(AI)을 탑재해 AI 비서와도 호환된다. 메타가 이날 홈페이지에 공개한 영상에서 이용자가 스무디 레시피를 알려달라고 요청하자 AI 비서가 테이블 위의 재료를 식별하고 조리법과 소요 시간을 보여줬다.

그간 웨어러블 AR 기기가 상용화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은 무게였다. 착용이 불편하다 보니 장시간 이용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오라이언의 무게는 100g 정도로 알려졌다. 애플의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의 6분의 1 수준이다. 일반적인 뿔테 안경 무게가 40g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상용화 단계까지 도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상용화를 위해선 가격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오라이언의 렌즈는 유리나 플라스틱이 아닌 고가의 탄화규소로 만들어져 제작 단가가 높기 때문이다. 소비자용 제품 출시 시기와 가격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AR 안경을 둘러싼 경쟁은 한층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소셜미디어 ‘스냅챗’을 서비스하는 스냅은 5세대 AR 안경인 ‘스펙터클스’를 공개했다. 애플 역시 스마트 안경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구글 글라스’ 출시 후 실패를 경험했던 구글도 AR 헤드셋 제조업체인 ‘매직 리프’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재진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종호 기자 hj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