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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경기도 독립기념관’ 추진에, 역대 관장 “기념관 많을 수록 좋아” 지지

입력 | 2024-09-26 20:25:00

김 지사, 도담소서 이종찬 광복회장 등 오찬
기념관 상징성 보존…명품 기념관 만들어 달라
김구·안중근 즐기던 음식 ‘독립투사 밥상’ 준비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6일 도담소에서 한시준 전 곤장(왼쪽부터), 이종찬 광복회장, 김삼웅 전 관장, 김호동 광복회 경기도지부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경기도 제공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추진 중인 ‘경기도 독립기념관’ 건립에 역대 독립기념관장들이 지지의 뜻을 밝혔다. 역대 독립기념관장들이 공개적으로 경기도의 독립기념관 건립 추진을 지지한 것은 처음이다.

김 지사는 26일 낮 수원시 팔달구 옛 도지사공관인 ‘도담소’에서 이종찬 광복회장과 김삼웅(제7대)·한시준(제12대) 전 독립기념관장 등을 초청해 점심을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은 “프랑스에는 레지스탕스 기념관이 100개 넘게 있다”면서 경기도 독립기념관 건립을 찬성했다. 그러면서 “3·1 만세운동 당시 ‘내가 조선의 딸’이라고 독립 만세 운동을 주도한 뒤 투옥됐다가 실종된 ‘김향화’라는 수원 출신의 기생 독립운동가가 있었다”라며 “기생 중에도 독립운동가가 있었고, 도살하는 백정 중에도 있었다. 3·1 만세운동 밑바닥의 독립운동도 경기도 독립기념관에 담겼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한시준 전 독립기념관장은 “교육과정에서 독립운동사를 배우는 시간이 너무 부족해서 결국은 사회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천안에 독립기념관이 있으나 국민 전체에 대한 독립운동사 교육 수준을 높이려면 기념관은 많을수록 좋은데, 경기도에서 시작한다니 너무 기쁘다”고 했다.

김 지사는 감사의 뜻을 전하며 “프랑스처럼, 경기도도 독립 스토리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발굴해서 반드시 추념하겠다”고 답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6일 도담소로 이종찬 광복회장 등을 안내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이날 역대 독립기념관장들은 경기도 독립기념관의 건립 방향에 대해 광복회와 긴밀히 협력하고 천안 독립기념관의 상징성을 훼손하지 않는 방식으로 추진해 줄 것을 제안했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독립운동사의 메카처럼 세계적인 명품기념관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어 “사실은 중앙정부에서 먼저 생각했어야 했는데, 지사님의 결심이 독립운동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고 했다.

김동연 지사는 “단순히 건물 하나 짓는 데 그치지 않겠다. 전시 문화나 전시산업의 변화에 가장 앞장서서 응하고, 콘텐츠도 업그레이드하겠다”라며 “뉴미디어와 친환경의 공간이면서 학예사나 크리에이터를 양성하는 메카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기념관을 추진할 때 광복회와 기획 단계부터 긴밀하게 소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6일 도담소에서 이종찬 광복회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경기도 제공

앞서 김 지사는 경술국치일인 지난달 29일 서울 광복회 사무실에서 이종찬 광복회장 등 광복회 간부들을 만나 경기도 독립기념관 건립 의사를 밝혔다. 그는 “쪼개긴 광복절 행사를 보면서 안타까웠다”라며 “경기도가 제대로 된 역사를 만들고, 독립운동을 선양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광복회 간부들은 “천안 독립기념관이 수도권에서 멀어 접근성이 떨어지는 만큼 수도권에 독립기념관이 만들어진다면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독립기념관으로서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면서 반겼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6일 도담소에서 이종찬 광복회장(사진 가운데 아래, 시계방향으로)과 김삼웅 전 관장, 유민대외협력국갖, 한시준 전 관장, 김호동 광복회 경기도지부장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경기도 제공


이날 도담소 유명곤 셰프가 내놓은 ‘독립투사의 밥상’이라는 이름의 메뉴도 관심을 끌었다.

김구 선생이 일제 탄압을 피해 5년간 쫓기며 먹었던 대나무 주먹밥부터 안중근 선생이 하얼빈에서 즐겨 먹은 것으로 알려진 돼지고기 튀김 ‘꿔바로우’, 서영해 선생이 프랑스에서 외교 독립운동을 하며 먹었던 해산물 스튜 등이 식탁에 올라왔다.

또 독립유공자 신건식 선생의 부인이자 본인 또한 독립유공자였던 오건해 선생이 임시정부 요인들에게 대접했던 납작 두부볶음, 여성 광복군으로 활약해 ‘한국의 잔 다르크’로 불렸던 지복영 선생(지청천 장군의 딸)이 즐겨 먹던 중국식 파전병 ‘총유병’도 나왔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