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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이 더 나은 삶 누릴 수 있도록” 공간복지 정책 빛난 지자체 10곳

입력 | 2024-09-27 03:00:00

[공간을 통한 더 나은 일상/우리들의 공간 복지]
‘2024 공간복지 대상’ 우수사례
대상 인천 남동구 소규모 정원 쉼터… 최우수상 서울 은평구-충남 예산군
“퍼주기식 아닌 지속 가능한 복지”
김세용 GH 사장 주제 발표 진행… “방치된 공간 활용 공간복지 지원”



이관옥 싱가포르국립대 부교수와 이원호 심사위원장(성신여대 교수) 김세용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왼쪽부터)이 ‘공간복지의 미래, 방향성에 대한 담론’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2024 대한민국 공간복지대상 사무국 제공


‘공간’은 ‘삶’이다. 인간은 필요한 공간을 마련해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한 일상을 실현하기 위해 부단히 애쓴다. 하지만 공간과 복지를 결합하기란 쉽지 않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은 ‘공간복지’에 대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주민이 좀 더 나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집 가까운 곳에 생활 밀착형 공간을 조성하는 복지 정책이 바로 공간복지다.

동아일보와 채널A가 공동 주최한 ‘2024 대한민국 공간복지 대상’ 우수사례 공모전 시상식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콘래드서울에서 열렸다. 공모전 주제는 ‘공간을 통한 더 나은 일상’이었다. 공간 재창조를 통해 주민 복지에 기여한 기초자치단체 10곳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 ‘쓸모없는 공간은 없다’

2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서울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공간복지 대상’ 우수사례 공모전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한 인천 남동구의 박정효 구청장(오른쪽)이 천광암 동아일보 논설주간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4 대한민국 공간복지대상 사무국 제공

대상을 받은 인천 남동구가 공모전에 내놓은 콘셉트는 ‘쓸모없는 공간은 없다’. 보편적 녹색복지를 실현하기 위해 내 집 앞 버려진 공간이 다양한 형태의 ‘동네 소규모 정원 쉼터’로 거듭난 사례들이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삼거리쉼터’(간석4동)가 조성된 곳은 원래 마을로 이어지는 진입부에 보행자용 보도가 따로 없고 불법 주차 차량 사이로 차량과 보행자가 뒤엉키면서 늘 사고 위험이 많았다. 남동구청은 마을 입구에 로터리 형식의 작은 정원을 조성해 휴게공간을 만들었다. 이면도로로 둘러싸인 쓸모없던 공간은 확장한 뒤 광장으로 꾸며 보행자 전용 주민복지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모래네쉼터’(구월2동)는 도로 위 자투리 공간을 쾌적한 커뮤니티 공간으로 조성했고, ‘만부누리쉼터’(만수2동)는 경사가 심한 유휴지에 계단식 쉼터를 꾸며 마을을 조망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꿨다.

최우수상을 받은 서울 은평구와 충남 예산군도 생활 속 작은 아이디어가 복지로 이어진 사례다. 은평구 응암동 불광천 신응교 다리 아래에는 1990년대부터 ‘장기방’이 운영됐는데, 더위나 추위를 피해 어르신들이 모여 장기와 바둑을 두면서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2018년 8월 집중호우로 장기방이 유실됐다. 이때부터 은평구청은 ‘어르신들이 좀 더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줄 순 없을까’라는 고민을 시작했고, 2020년 200㎡ 규모의 ‘은평춘당’을 지었다. ‘은평의 봄(春)이 머무는 집(當)’이란 뜻으로 지금은 불광천을 지나는 시민이면 누구나 쉬어갈 수 있는 쉼터가 됐다.

예산군은 군청이 옮겨가면서 생긴 유휴지를 활용해 주민 소통 공간인 ‘예산해봄센터’를 만들었다. 콘셉트는 주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문턱 낮은 공공건물이다. 이 공간의 가장 큰 특징은 주민이 직접 참여해 기획부터 구성에 이르기까지 모두 의견을 냈고 실제 운영에도 반영됐다는 점이다. 단층 건물(870㎡) 안에는 문화 활동과 창업 지원, 공유 주방부터 카페테리아, 스튜디오 등이 꾸며져 주민 편의 및 소통과 만남의 장소로 자리 잡았다. 이원호 심사위원장(성신여대 지리학과 교수)은 “최근 복지의 영역이 점점 공간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이번에 수상한 지자체를 보면 퍼주기 식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복지라는 점이 특징”이라고 평가했다.

● 공간복지, ‘생활 인프라’ 중심 전환

시상식에 앞서 세계적인 석학 등 공간복지 전문가들이 참여한 주제 발표가 진행됐다.

첫 발제자로 나선 김세용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은 ‘더 나은 일상, 공간복지’를 주제로 아파트와 비아파트로 나눠 주거 만족도를 비교했다. 김 사장은 “경기도는 아파트와 아파트가 아닌 다세대, 연립주택에 거주하는 비율이 6 대 4 정도”라며 “주거 만족도를 조사하면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집 안의 만족도는 같지만 집 밖에서 차이가 극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파트는 단지 안에 경로당도 있고 독서실도 있지만, 아파트를 나가는 순간 문화·공공시설이 부족하고 낙후한 시설이 집중적으로 나타난다”며 “주거지 500m 반경 안에 필요한 시설을 파악하고 방치된 공간을 활용해 비아파트 중심의 마을형 공간복지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경기 동두천시 생연동의 아동돌봄센터를 공간복지의 긍정적인 사례로 꼽았다. 경기도형 빈집 활용의 첫 모델이기도 하다. 지역 흉물로 전락한 빈집 2채를 사들여 지하 1층∼지상 3층(연면적 872㎡)으로 지어 돌봄센터와 커뮤니티룸, 북카페, 창작공간 등으로 꾸몄다. 김 사장은 “앞으로 모든 서비스를 생활권 안에서 해결하는 사람이 많아지는데, 도시 정책이라는 것도 생활 인프라 중심으로 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수슈미타 셰카르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협의 대표는 “동일한 형태의 빌딩이 전 세계적으로 지어지고 있는데 다양성을 생각하며 도시를 기획해야 한다”며 “다양한 이웃이 어울리는 분위기의 ‘도심 재생’과 ‘걸을 수 있는 도시’ ‘사회적 인프라 제공’ 등을 통해 도시를 차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서 발표자로 나선 이관옥 싱가포르국립대 경영학과 석좌 부교수는 “공간복지 실현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토지 자원이지만 서울과 싱가포르, 그리고 대부분의 글로벌 도시에서는 토지 자원이 부족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공간복지를 실현하기 위해선 공간을 공유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싱가포르의 멀티 기능 그린 스테이션을 소개했다. 물을 공급하고 홍수를 조절하는 댐 위에 다양한 놀이공간을 조성해 공간을 융복합적으로 활용한 사례다.

이어 열린 콘퍼런스에는 김세용 사장과 이관옥 교수, 이원호 교수가 참여해 ‘공간복지의 미래, 방향성에 대한 담론’을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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