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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다리 지방종, 심방세동에 무너진 체력… 탁구로 되살리죠”

입력 | 2024-09-26 23:36:00

김익수 원장이 상대 볼을 백핸드 스트로크로 받아 넘기고 있다. 15년 전 탁구에 빠진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과 재발된 질병 등으로 운동 기회를 빼앗겨 급격히 떨어진 건강을 탁구를 치며 회복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김익수 MD안과의원 원장(59)은 15년 전 누나의 권유로 탁구장을 찾은 뒤 탁구에 빠져들었다. 아내 박소영 씨(58)와 함께 병원 일을 마치고 저녁 때 탁구장을 찾아 개인 지도를 받으며 2, 3시간 공을 쳤고 오전 2, 3시까지 개인 훈련을 하기도 했다. 1주일 내내 친 적도 있다. 건강을 위해 검도와 합기도, 복싱, 골프 등을 즐겼지만 탁구가 가장 오래 즐기는 스포츠가 됐다. 하지만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운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심방세동 시술을 받은 데 이어 오랫동안 그를 괴롭힌 지방종이 재발하면서 건강이 급격히 무너졌다.

“2007년 왼쪽 종아리 윗부분에 10cm가 넘는 근육 내 지방종이 생겨 제거했는데 이후 계속 재발했어요. 코로나19 이후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장이 급격히 뛰는 심방세동 증세가 악화해 2022년 5월 심장에 고주파 관을 심는 시술을 받았죠. 그런데 그 2개월 뒤 네 번째 지방종을 발견한 겁니다. 이번엔 악성이었습니다. 제거한 뒤 재발 방지를 위해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후유증으로 무릎 관절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해 주기적으로 관찰하고 있죠. 이래저래 운동을 못 하게 된 겁니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지방종 수술은 근육까지 잘라내기 때문에 제거 후 움직임에 어려움이 따른다. 심방세동 수술 후유증으로 폐정맥 4개 중 아래 2개의 약 90%가 막혀 양쪽 폐 하측 기능 부전 상태까지 됐다. 걷기도 힘든 상황이었지만 ‘이러다간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 원장은 지난해 초부터 다시 탁구 라켓을 잡았다. 늘 함께해준 아내와 함께 탁구장을 찾았다. 그는 “아내와는 병원에서도 함께 일하고, 검도와 합기도, 골프 등을 할 때도 함께 했다”고 말했다. 1년이 넘으면서 체력을 어느 정도 회복했다. 그는 “내가 생각하는 탁구 전성기 때보다는 아직 못하지만 체력이 서서히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김 원장은 탁구를 시작한 지 약 10년이 되던 2018년 무렵이 전성기였다고 했다. 그땐 “더 잘 치려고 새벽까지 하루 6, 7시간 탁구를 쳐도 지치지 않았다”고 했다.

지름 40mm, 무게 2.7g의 작은 탁구공이 주는 운동량은 대단했다. 몸풀기로 포핸드와 백핸드 스트로크를 10분만 쳐도 땀이 쏟아졌다. 김 원장은 “다시 탁구를 칠 땐 공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지만 차근차근 체력을 만들어 치다 보니 이젠 2, 3시간 칠 수 있는 체력이 됐다”고 했다. 탁구의 매력은 언제든 게임을 할 수 있어 승부욕을 자극한다는 점이다.

“뭐 잘 치지는 못하지만 한 수 위 회원과 겨루고 싶죠. 저보다 못 치는 회원에게 지면 자존심이 상해 더 열심히 치게 되죠. 운동 효과도 큰데 게임으로 자극받아 탁구에 더 매진하게 되는 겁니다. 탁구 치고 땀을 흠뻑 흘리고 나면 그 상쾌함에 기분이 좋죠. 탁구는 제 삶의 활력소가 됐습니다.”

김 원장은 생활체육 탁구에서 5부에서 4부 사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 한신탁구교실에선 4부에서 활약하고 있다. 한창 물이 올랐을 때인 2016년 서울시 구청대회에 출전해 준우승을 두 차례 하기도 했다. 김 원장은 몸 건강은 물론이고 탁구를 잘 치기 위해 근육운동도 하고 있다. 피트니스에 빠져 있는 대학원생 아들이 근육운동 하는 것을 도와주고 있다. 김 원장은 “고등학교 때부터 헬스를 즐기던 아들이 ‘근육을 키우는 게 미래에 몇억 원의 병원비를 줄여줄 수 있다’며 직접 지도도 해준다”고 했다. 주 2회 이상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김 원장은 습관적으로 인상을 쓰는 ‘직업병’도 탁구를 통해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는 “환자를 치료하면서 단 1%의 부작용에 관해서도 얘기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너무 진지하다 보니 미간을 찡그리는 습관이 생겼다. 그래서 처음 온 환자는 내 인상을 좋지 않게 본다”고 했다.

“탁구를 칠 때도 집중하다 보면 인상을 쓰게 됩니다. 승부욕까지 있다 보니 저의 모습에 상대가 당황하기도 해요. 그런데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는 게 탁구더라고요. 그래서 즐겁게 땀 흘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 원장은 “심장 건강을 위해 흥분하면 안 돼 탁구가 해가 될 수도 있지만 무리하지 않고 즐겁게 치니 폐활량이 좋아졌다. 건강해야 병도 견딜 수 있다. 이제 탁구는 평생 친구”라며 웃었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