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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할 전략사, 북핵 억제 위한 보루 돼야[기고/이정수]

입력 | 2024-09-26 23:18:00

이정수 전 육군미사일사령관(예비역 소장)


10월에 창설되는 전략사령부에 대한 군 안팎의 기대가 크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 전략사 창설을 국정과제로 삼아 뚝심 있게 추진했다. 그 과정은 난제의 연속이었다. 핵전력이 없는 전략사의 위상과 역할, 한미 연합방위 체제에서 임무와 기능, 복잡한 부대 편성과 지휘 관계, 관련 당사자들의 이해 충돌 우려 등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하지만 지난해 한미 정상 간 워싱턴 선언과 핵협의그룹(NCG) 출범으로 확장억제의 실행력 강화가 급물살을 타면서 이를 군사적으로 뒷받침할 전략사 창설은 중요 과제로 대두됐고, 마침내 그 결실을 보게 됐다.

전략사는 날로 고도화되는 북핵 위협에 맞서 확장억제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미국이 비핵 동맹국에 제공하는 확장억제(핵무기, 미사일방어, 첨단 재래식 능력 등)에 우리 전략사의 첨단 재래식 전력까지 통합 운용되면 한층 더 신뢰성 높은 확장억제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략사는 유사시 우리의 전쟁 주도권을 보장하는 수단도 될 수 있다. 그간 연합작전 체계에서는 우리의 주도권 확보가 어렵다는 우려가 상존해 왔다. 한미 연합사가 지휘하는 재래식 전쟁에서도 전략사의 전력은 매우 유용할 뿐만 아니라 효과적으로 통합 운용될 것이다. 이를 통해 더 높은 수준의 연합방위 태세가 확립될 수 있다. 아울러 우주·사이버전 대응 능력도 통일된 방향으로 노력의 낭비 없이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미국 전략사 수준의 위상과 임무 수행 능력을 갖추려면 갈 길이 먼 것도 사실이다. 최고 인재를 등용하고, 군 안팎의 전문가그룹과 허심탄회한 소통을 통해 전략적 비전을 발전시켜야 한다. 세부적인 기능 배분과 정착, 임무 수행 체계 구축과 프로토콜 등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전략사의 전략적 능력을 확보한 뒤 연습과 훈련을 통해 작전 수행 태세를 갖추는 것이 급선무다. 설계한 부대 편성과 지휘 체계가 실전에서 잘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야만 한다.

전략사는 미 전략사의 카운터파트로 다양한 협의기구 구축, 연락장교 파견 등 고도의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북핵 위협에 대응하여 공동으로 정보 공유, 기획, 계획, 작전, 연습 등을 내실 있게 추진하여 일체형 확장억제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 고수하고 있는 핵무기 운용에 대한 배타성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큰 난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미의 핵·재래식 통합(CNI)으로 한미가 올해 승인한 핵 억제 및 핵 작전 지침을 구현할 수 있는 토대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가까운 시일 내 한미가 동의하는 적절한 수준의 CNI 계획을 수립하여 문서화하고, 실행력 높은 작전 수행 체계도 구축해야 한다. 한미 간에 보다 긴밀한 협력이 요구된다.

곧 장도를 내딛는 전략사는 전략적 능력과 태세로 북핵 대응 억제력을 높이고, 우주 및 사이버전 위협에 대한 대응 능력도 강화시킬 것이다. 다만, 우리 전략사가 그동안 우려를 불식시키고 임무와 기능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남은 과제들을 빠짐없이 조기에 보완해 줄 것을 간곡히 당부드린다. 앞으로 우리 전략사는 평화를 지키는 든든한 보루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정수 전 육군미사일사령관(예비역 소장)